막오른 2차 금융빅뱅… ‘메가뱅크’ 도약 총성없는 전쟁
입력 2010-03-03 22:02
다시 금융 빅뱅이 시작된다. 이번에는 우리금융지주가 중심에 선 메가톤급 인수·합병(M&A) 전쟁이다. 무수한 은행이 사라졌던 1998∼2001년의 1차 금융 빅뱅은 부실한 중형은행이나 지방은행을 헤쳐모아 대형은행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금융위원회는 상반기 내로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2001년 3월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100%를 사들인 뒤로 9년 만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계산에 바쁘다.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일궈내야 국내는 물론 해외 금융시장에서 생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가뱅크’ 향한 질주=금융위는 이번 M&A로 금융산업 판도를 메가뱅크 1∼2개와 다수의 중대형은행으로 새롭게 짤 생각이다. 세계 30위권에 불과한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을 2015년까지 20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유력 주자는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다. 신한금융지주는 한 발 물러서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가장 적극적이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경영목표로 M&A를 통한 사세 확장을 꼽았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규모 169조원에 불과한 하나금융지주가 나머지 3개 금융지주회사를 추월하기 위해서는 우리금융지주 M&A가 절박하다. 자산규모에서 하나은행(152조원)은 기업은행(157조원)에 밀리는 신세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을 합치면 자산규모가 390조원에 이르러 국민은행(자산 270조원)을 멀찌감치 따돌릴 수 있다. 다만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를 합쳐도 자산규모가 487조원에 불과하다는 점은 부담이다. 정부의 메가뱅크 육성 취지에 완벽하게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는 지주회사 회장 선임을 놓고 홍역을 치르고 있어 당장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관심을 둘 겨를이 없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자산규모 600조원이 넘는 초대형 금융그룹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합치면 세계 50∼60위권, 아시아 10위권 메가뱅크 탄생이 가능하다.
◇무성한 변수…결말은?=변수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금융위는 지배 지분(50%+1주) 일괄매각, 주식교환 방식 합병, 계열 지방은행(경남·광주은행) 분리매각 후 지분매각이나 합병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지분매각은 자금 압박이 커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주식교환 합병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여기에 외환은행 매각은 외부 변수다. KB금융지주는 우리금융지주 인수와 함께 외환은행 인수를 저울질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론스타가 매각 주간사 선정 없이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지만 국내외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산은금융그룹 민영화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산은은 해외 금융회사 M&A에 적극 나설 계획이지만 국내 영업망 확대도 필수 불가결하다. 시장에서는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합병, 산업은행과 외환은행 합병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한편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인 경남은행, 광주은행 분리매각에 따라 지방은행이 요동칠 수 있다. 이미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은 경남은행에, 전북은행은 광주은행에 눈길을 주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어떤 방식이든 상반기 안에 결론을 낼 것이다. 시너지 효과, 금융산업 선진화 전략 등을 면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