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선의 동물이야기] 개구리 울음소리 그리워

입력 2010-03-03 18:33


이제 곧 경칩이 된다. 경칩은 초목의 싹이 돋고, 동면하던 동물이 땅속에서 깨어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시기다. 3월의 시작에 내렸던 봄비를 신호 삼아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들이 깨어나기 시작할 것이다. 가장 먼저 동면에서 깨어나는 것은 산개구리다.

같은 시기에 도롱뇽도 동면에서 깨어나 마음에 맞는 짝을 찾아 산란을 준비한다. 개구리알과 도롱뇽알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대번에 그 차이를 알 수가 있다.

개구리는 하얀 젤리 같은 알껍질로 덮인 1500개 정도의 까만 알을 물위에 낳고, 도롱뇽은 진한 갈색의 알들이 25∼50개 정도 들어있는 동그랗게 말린 알주머니 2개를 물 가장자리의 바닥에 붙여 낳는다.

경칩이라고 해서 모든 개구리가 일제히 동면에서 깨어나는 것은 아니어서 이후 5월부터 청개구리, 참개구리가 산란을 하고 가장 늦게 7월경에 금개구리가 산란을 한다.

개구리 알은 15일 정도면 부화하기 시작해서 올챙이가 된다. 올챙이는 초식성 먹이를 먹다가 몸집이 커지면서 점차 육식성으로 바뀐다. 먹이가 부족해지면 도롱뇽 같은 육

식성이 강한 올챙이들은 서로 잡아먹기도 한다. 두 달 정도가 지나면 양 뒷다리가 먼저 같이 나오고 다음에는 앞다리가 한쪽씩 따로따로 나와 어린 개구리가 된다.

개구리, 도롱뇽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동물이지만 1980년에 수원청개구리가 처음으로 발견되었고, 2004년에 와서야 이끼도롱뇽이 발견되었다. 아직도 발견되지 않는 새로운 종의 개구리, 도롱뇽이 우리 땅에 살고 있을지 모른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우리가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이 생명들이 환경오염과 도시화로 인해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흔하게 듣던 개구리 소리만 해도 서울도심에서 듣기란 어려운 일이 된 지 오래다. 산란을 할 물웅덩이나 개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005년부터 생태습지를 만들고 매년 개구리, 도롱뇽을 인공 증식하여 그곳에 풀어놓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작년에는 방사 직전 밤새 내린 장맛비에 증식장 바닥에 가득 있던 개구리들이 사라져버린 일이 있었다. 간밤에 집단 탈출을 감행했는지 감쪽같이 사라진 개구리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고, 이 일은 개구리 실종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언론에 보도되었다. 개구리 증식을 담당했던 직원에게는 참으로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속타는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후로 동물원 주변에서 개구리 울음소리가 유난히 많이 들렸다. 올해는 개구리 농사를 잘 지어서 서울시내에서도 개구리 울음소리가 멀리 퍼지기를 바란다.

배진선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