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로버트 朴보다 못한 한나라당

입력 2010-03-03 18:35

북한인권법이 그제 끝난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데에는 한나라당의 책임이 크다. 지난달 11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법안이 통과된 뒤 무려 20여일간 한나라당은 뒷짐만 지고 있었다. ‘세종시’에 정신이 팔린 탓인지 당 지도부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북한인권법을 상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다. 한 보도에 따르면 김성조 정책위의장의 경우 법안이 법사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음에도 본회의에 상정이 안 되고 있다고 말하는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틈만 나면 북한인권법 제정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으나 과연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덩치만 컸지, 집권 여당의 책무를 방기했다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정몽준 대표는 어제 법안이 표류하게 된 것은 민주당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인 법사위에서 법안을 상정하지 않아 불발됐다는 주장이다. 실효성 등을 들어 북한인권법에 반대해온 민주당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민주당을 일방적으로 나무랄 처지가 못된다. 반드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마음만 먹었다면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일을 하지 못한 데 대해 반성부터 해야 한다.

북한 정권의 인권 의식은 천박하다. 우리 국민 4명을 억류하고 있다면서 신상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피억류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는 나라는 북한이 유일할 것이다. 이같이 비인도적인 북한 정권을 자극할지 모른다면서 북한인권법 제정에 반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북한인권 실태를 조사하는 북한인권재단 설립 등이 이 법안의 골자다. 미국과 일본 의회는 이미 유사한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당사자인 우리나라도 이제 북한 주민의 인권 향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 2005년 처음 발의된 북한인권법 처리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국회가 작년 성탄절 북한 인권개선을 위해 홀로 두만강을 건넌 재미교포 청년 로버트 朴보다 못하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