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투기 추락 언제까지 계속될건가
입력 2010-03-03 20:22
훈련 중인 공군 F-5 전투기 2대가 추락해 조종사 3명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F-5 추락사고로는 2000년 이후 일곱 번째다. KF-16을 비롯한 다른 기종까지 포함하면 매년 1∼2건의 전투기 추락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사고 발생 직후 F-5기의 비행을 무기한 중단한 데 이어 대북태세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초계비행을 제외한 모든 전투기 비행을 일시 중단한 군의 조치는 적절했다.
노후화로 인한 엔진 결함, 조종사의 조종 미숙, 정비 불량 등 전투기가 추락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사고 당시 강릉 지역 기상은 훈련하기 힘든 상황이 아니었다고 한다.
때문에 군은 조종사가 비행착각을 일으켰거나 전투기 2대가 고난도 비행훈련을 하다 충돌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하다. 기체 결함으로 인한 추락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게 보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전투기 사용 연한은 통상 30년이다. 그런데 사고 전투기는 1975년 미국에서 도입된 1인승 F-5E와 84년 국내에서 조립된 2인승 F-5F로 도입된 지 각각 35년, 26년 된 고물 전투기다. 진작에 폐기시켰어야 될 기종이라는 게 다수 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F-5기 추락을 인재(人災)로만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고물 전투기가 전체 공군 보유 전투기의 35%인 170여대나 된다는 점이다. 기체 결함 가능성에 대해 보다 철저하고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심각한 수준에 이른 조종사 유출을 막는 것도 시급하다. 기량이 최고조에 이른 소령급 조종사들이 대거 민항사로 자리를 옮기고 있어 위관급 조종사들의 임무 부담이 커지고, 전투기 사고 가능성도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역한 소령급 조종사만 142명에 달한다. 전투기는 대당 가격이 수백억∼수천억원에 이르고, 조종사는 1명을 양성하는 데 수십억원이 든다. 조종사 손실과 유출, 전투기 추락은 엄청난 국가적 손해다. 예측불허의 전투 상황을 가정해 극한 훈련을 해야 하는 전투기 사고는 피할 수는 없겠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대폭 줄일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