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보이’ 안정환-이동국 누가 살아남을까

입력 2010-03-03 19:39


월드컵팀 최전방 공격수에 박주영·이근호 유력, 함께 남아공 갈 가능성 희박… 운명의 대결 관심

‘반지의 제왕’ 안정환(34·다롄 스터)과 ‘라이언 킹’ 이동국(31·전북 현대). 두 올드보이 스타에게 운명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두 선수 중 한명은 2010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코트디부아르전을 앞두고 “안정환과 이동국을 한꺼번에 출전시키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동국과 안정환을 모두 남아공으로 데려갈 뜻이 없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물론 ‘선발 요원’ 이동국과 ‘후반 조커’ 안정환이 함께 남아공에 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박주영(AS모나코)과 이근호(주빌로 이와타)가 최전방 공격수로 한발 앞서가고 있는 상황에서 둘 모두 남아공 행에 승선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두 선수가 월드컵 무대에 함께 선 적은 없다.

꿈의 무대인 월드컵에 처음으로 데뷔한 선수는 이동국이다. 이동국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대표팀에 선발돼 네덜란드와의 조별리그 2차전 후반 32분 서정원과 교체 출장하면서 한국 축구 역대 최연소(19세) 월드컵 출장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그의 월드컵 인연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동국이 좌절하는 사이 안정환은 첫 월드컵 데뷔 무대인 한·일 월드컵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미국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는 극적인 헤딩 동점골을 터뜨렸고,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는 연장 골든골로 월드컵 최고의 영웅으로 대접받았다.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는 이동국이 다시 각광을 받았다. 한·일 월드컵 엔트리 제외의 충격으로 방황하던 이동국은 이후 상무에 입대한 후 재기에 성공했다. 2004년 6월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 부임 뒤엔 A매치에서 대표팀 내 최다인 11골을 몰아넣으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이동국은 2005년 9월 딕 아드보카트 감독 부임 이후에도 부동의 원 톱으로 확실히 자리매김 했다. 그러나 이동국은 독일월드컵을 불과 2개월 앞둔 2006년 4월5일 국내 프로축구 인천과의 경기에서 오른쪽 십자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으로 다시 한번 월드컵 출전 꿈이 좌절됐다.

반면 이동국의 그늘에 가렸던 안정환은 어렵사리 아드보카트 감독의 부름을 받아 독일 월드컵에 출전했다. 당시 토고와의 1차전에서 안정환은 후반 교체 투입돼 27분 극적인 결승골로 한국의 원정 월드컵 첫 승이라는 기록을 만들어내며 이름값을 했다.

월드컵에서 펄펄 날았던 안정환과 질긴 월드컵 악연을 이어온 이동국에게 이번 남아공 월드컵은 마지막 도전이다. 코트디부아르전을 통해 1년 9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단 안정환은 남아공에서 명예로은 마무리를 원하고 있고, 이동국은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2002, 2006년 월드컵 탈락의 한을 풀려고 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최고의 인기를 누려온 두 올드보이 중 과연 누가 최후에 웃을지 주목된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