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남동생 꿈꾸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4인방 “영국·호주 빌리보다 멋있는 연기 펼치겠다”
입력 2010-03-03 22:35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책임질 한국의 빌리가 공개됐다. 제작을 맡은 매지스텔라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모두 4번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4명의 빌리를 뽑았다. 조건은 변성기를 지나지 않은 키 150㎝ 이하의 대한민국 소년. 전국에서 빌리를 꿈꾸는 소년 800여 명이 몰려들었다.
경쟁을 뚫고 빌리로 선택된 4명의 소년은 하나같이 앳된 얼굴에 맑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 2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춤과 노래를 짧게 선보였다.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서는 거라 모든 것이 어색했지만 풋풋한 소년들의 무대는 청량감으로 가득했다.
김세용(13)군은 4명의 빌리 중 나이도 발레 경력도 가장 많은 소년이다. 지난해 4월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발레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한국 발레계의 기대주로 떠오른 예비 발레리노다. 지금 키는 151㎝. 오디션을 치르는 동안 자랐다. 김군은 “영국, 호주 빌리보다 멋있고 완벽한 빌리가 되겠다”면서 “제가 표현하는 빌리를 보고 많은 관객이 감동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군과 동갑내기인 이지명(13)군은 2006년 뮤지컬 ‘라이온 킹’(심바 역)과 2007∼2008년 뮤지컬 ‘명성황후’(세자 역)에 출연하며 뮤지컬 경력을 쌓은 아역 배우다. 빌리에 도전하면서 발레, 탭댄스, 힙합 등 춤을 처음 접했지만 빠른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5∼8월까지는 학교도 못 가고 밤까지 연습을 할 거 같다”면서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나오는 연기를 보여주는 빌리가 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SBS ‘스타킹’에 탭댄스 신동으로 출연하기도 한 정진호(12)군은 유창한 영어로 자기소개를 해 눈길을 끌었다. 오디션 때는 배우지도 않은 빌리의 노래를 모두 영어 가사로 부르고 빌리의 동작을 다 외워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정군은 “빌리에 도전하면서 다양한 춤을 배우며 즐거움에 빠졌다”면서 “몸으로 모든 즐거움을 표현하는 빌리가 되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가장 나이가 어린 임선우(11)군은 앳된 외모와 목소리를 가진 미소년 이미지로 주목받았다. 발레를 배우는 임군은 올해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에 출전할 계획이며, 이미 김세용 군과 함께 각종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발레 유망주다. 임군은 “빌리가 된 것이 자랑스럽지만 공연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면서 “모든 사람이 빌리를 느끼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형들에게 뒤지지 않는 빌리가 될 것을 다짐했다. 4명의 빌리는 공연이 시작되는 8월까지 막바지 담금질을 해 완벽한 빌리로 거듭날 계획이다.
영화로 유명한 ‘빌리 엘리어트’는 2005년 영국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진 뒤 호주, 미국 등에서 42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초대형 뮤지컬이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공연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