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둥지 마련했으니 영적 자립 위해 노력해야죠”… 목회자유가족협의회 2년만의 결실

입력 2010-03-02 19:22


“이제 사랑 받고 있다는 것, 우리에게도 소명이 있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목회자와 사별한 사모들의 모임인 목회자유가족협의회가 지난달 말 서울 명일동에 작지만 희망으로 가득 찬 사무실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사역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사회봉사부 산하 단체인 협의회는 2008년 2월 처음 조직됐지만 그동안 간병인으로 일하는 이영규(62) 회장의 개인 사무실에서 옹색하게 모임을 가져왔다. 비록 연립주택 1층의, 방 두 칸짜리 작은 공간이지만 전용 사무실을 갖게 된 과정은 회원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협의회는 조직된 이후, 우선 사별 사모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전화와 방문 상담을 시작하는 한편, 교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지난해 9월 교단 총회를 앞두고 책을 출간했다. ‘홀로 하늘을 바라보며’라는 제목의 이 책은 교단 총회에 참석한 목회자들에게 배포됐다. 그 결과 후원자가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고, 지난해 10월엔 수원성교회(안광수 목사) 성도들이 모금한 1500만원을 협의회에 전달했다. 이 기금을 기반으로 사무실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이영순(54) 총무는 “목회자와 사별한 사모들은 인간적 경제적 영적 측면에서 모두 힘들다”면서 “특히 주변에서 갑작스럽게 ‘잊혀진 존재’가 되는 것에 좌절하는데 이번에 새 공간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잃었다고 여겼던 관심과 사랑을 되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회원이 100여명에 이른 협의회는 30∼40명이 앉을 수 있는 이 공간에서 매월 또는 격월로 정기 예배를 열어 사모들이 영적으로 바로 설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또 현재 소규모로 진행 중인 사모들의 자활을 위한 자격증 취득 비용 지원, 자녀 교육비 지원 등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달 26∼27일에는 총회 겸 수련회를 사무실 근처인 명성교회 내 한 공간에서 열고 회원끼리 서로 격려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일을 시작해 보니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귀한 사역들이 많더라”면서 “남편 목사의 별세와 함께 소명이 중단된 것으로 생각했던 우리가 이렇게 소명을 다시 발견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은혜”라고 말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