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이혜경] 사랑하게 하소서
입력 2010-03-02 19:09
전국에서 달집태우기도 하고, 쥐불놀이도 하며 한 해의 소원을 빈다는 정월대보름날을 나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올 한 해 동안 무슨 소원을 이뤄볼까를 고민하다가 내가 준비하고 있는 어린이 날의 행사 주제인 ‘사랑’이 떠올랐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어린이’를 모토로 삼아 다시 한번 ‘사랑’이라는 주제를 범 사회적으로 상기시켜 보자는 취지다.
그런 직업적인 생각으로 “사랑할 줄 알고 사랑받을 수 있는 내가 되게 하소서”라고 보름달을 보며 빌던 소원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어느새 주님께 올리는 나의 간절한 기도로 바뀌어 버렸다.
먼저 “나를 사랑하게 하소서”를 나지막하게 외웠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모든 사랑의 기본이 아닌가. 상담학에 ‘해결중심모델’이라는 기법이 있다. 나의 강점을 찾고, 역량을 강화시키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을 쉽게 찾아 나갈 수 있다는 내용이다.
늘 부족한 가운데서도 나의 강점을 찾아보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자아존중감을 높이는 일부터 시작해야겠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의 내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나의 가족도 사랑하게 하소서. 수년 전에 가정폭력전문상담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가족치료이론’을 배운 적이 있다. 모든 관계는 가족 구성원 내의 관계를 지지하고 돕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내용이다.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가 건강하면 사회 구성원들과의 관계 또한 건강할 것은 당연지사. 가족 구성원 내에서 나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가족의 상처를 어루만져줄 수 있으며, 가족들이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어 “이웃을 사랑하고, 특히 아이들을 사랑하게 하소서” 빌었다. 이웃 사랑은 모든 사랑의 시작이다.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마음가짐이 일년 내내 지속될 수는 없을까.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슬픔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을 단지 일로써 보살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눈높이로 내려앉아 진실되고 선한 마음으로 그들을 대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나는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게 하소서”도 빠뜨리지 않았다. 성경의 누가복음 13장 34절을 보면 주님께서는 멸망의 길로 가는 땅을 바라보며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라고 탄식하셨다. 탄식할 때 주님의 마음은 온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주님의 그 마음을 나도 가질 수 없을까. 풀 한 포기, 흙 한 줌이라도 존중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기도했다.
마지막 바람은 “나의 연인을 사랑하게 하소서”였다. 이 기도를 위해 장시하 시인의 ‘별을 따러 간 남자’라는 시의 마지막 구절을 되뇌었다.
“우리의 영혼이/우리의 숨결이 하나 되어/영원히 시들지 않고 마르지 않는/오직 영혼의 향기로 사랑하게 하소서/내 영혼의 향기 그대만을 사랑하게 하소서.”
이혜경 한국아동복지협회 기획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