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성 지위 향상은 범국가적 과제
입력 2010-03-02 19:13
우리나라 남녀 임금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심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일 분석·보도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 평균임금은 남성의 62%다. 남성의 67%인 일본, 79%인 독일 등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WP는 직장 내 성차별, 특히 자녀를 둔 여성에 대한 배려 불충분으로 한국 여성들은 결혼을 기피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늦추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최근 몇 년간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직장 내 성차별 구조가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다.
지난 20년 동안 남녀평등 교육의 성과로 한국 여성의 직업능력은 크게 향상됐지만 여성 차별적인 사회 분위기는 여전하다. 제54차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백희영 여성부 장관도 한국 여성의 지위가 매우 낮다고 1일 말했다.
백 장관에 따르면 한국은 여성권한척도(GEM)에서 105개국 중 61위, 성 격차지수(GGI)에서 134개국 중 115위에 머물렀다. 한국 여성의 지위가 이렇듯 낮은 것은 고위직에 오르는 여성이 드물고,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다른 나라에 크게 못 미친 탓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모든 면에서 남성을 능가하는 능력을 갖춘 이른바 ‘알파걸’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대법원에서 임명된 신임 법관 89명 가운데 여성은 63명, 71%로 3년 연속 70%선을 웃돌았다. 하지만 알파걸들이 지금과 같은 직장 내 성차별구조 하에서 계속적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성의 지위 문제는 인권과 평등권 추구라는 인류 보편적인 명제일 뿐 아니라 후기 산업사회에 직면한 국가의 생존권과도 직결돼 있다. 하드웨어 중심의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산업 구조는 이미 소프트웨어 중심의 경박단소(輕薄短小)형으로 전환되고 있어 섬세한 여성의 존재는 그 자체로 귀한 국가적 재산이다. 더구나 저출산·고령사회 진입은 필연적으로 노동력 부족 사태를 낳을 것이며 이는 여성의 경제활동참여를 통해 메울 수밖에 없다. 이렇듯 여성의 지위 향상은 범국가적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