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실적 올해도 최대’ 전망이 흔들린다
입력 2010-03-02 19:01
올해 기업들이 사상 최대 순익을 올릴 것이라는 증권사들의 전망이 흔들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기업실적에 대한 눈높이를 현재의 절반으로 낮추고 증시 조정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예상한 500대 기업(시가총액 91% 차지)의 올해 순이익 규모는 전년보다 52.4% 증가한 86조4000억원이다. 금융위기 와중에도 2008년보다 순이익을 50.8% 늘린 지난해의 기업 성장세가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러나 NH투자증권 임형렬 연구위원은 2일 “올해는 원화 강세로 지난해만큼 환율 효과를 볼 수 없고 원자재값 상승으로 재료비도 오르는 데다 기업 내부 비용 절감도 한계에 달했다”며 “올해 기업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50% 이상 증가하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올해 기업실적에 대한 증권사들의 자신감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500대 기업에 대한 이익수정비율이 1월부터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2월엔 낙폭이 더 커졌다. 이익수정비율은 증권사들이 이익 규모를 상향 조정한 건수에서 하향 조정한 건수를 뺀 값을 전체 실적조정 건수로 나눈 값인데,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이익전망치를 낮춰 잡은 건수가 더 많다는 뜻이다.
이익수정비율이 악화된 이상 아직까지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이익전망치도 조만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각국 경기선행지수가 둔화되고 있는데 (기업)이익 모멘텀까지 하락할 경우 경험상 주가는 적어도 6개월 이상 하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실적이 주가 하락을 막는 보루 역할을 어느 정도는 할 것으로 보인다. 순이익 50% 증가는 불가능하더라도 20∼30% 성장은 문제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임 연구위원은 “이익전망치가 본격적으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방어적인 투자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