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투싼 에어백 결함 美판매 500여대 자발적 리콜… 현대차 리콜 행진 도요타 닮아가나
입력 2010-03-02 21:35
현대자동차가 조수석 에어백 작동 결함 때문에 미국에서 판매된 투싼ix(사진) 500여대에 대해 자발적 리콜에 들어갔다. 한국과 미국에서 생산된 신형 YF쏘나타의 도어잠금 장치 결함에 따른 4만7000여대 리콜에 이은 것이다. 현대차의 리콜이 잇따르면서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2일 미국에서 조수석 에어백 작동 오류가 확인된 투싼ix 515대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10∼30일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된 것으로, 지난달 12일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리콜을 통보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조수석에 몸무게 240파운드(약 108㎏) 이상 승객이 앉으면 조수석 에어백 작동 여부를 제어하는 승객감지시스템 경고등에 불이 들어와 갑자기 에어백이 터질 경우 어린이가 위험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이와 관련된 사고는 아직 접수되지 않았으며, 문제가 된 에어백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대차는 “국내 출시 차량은 미국과 에어백 시스템이 달라 리콜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수용과 수출용 에어백 시스템이 다른 데다 소프트웨어만 업그레이드하면 해결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투싼ix 이용자들은 해외 출시 차량과 에어백 시스템이 다르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차량이 안전한지 불안해하고 있다. 투싼ix는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지난 2월까지 국내에서 3만5610대, 미국에서는 지난해 12월 이후 1월까지 2753대가 팔렸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외신 보도를 통해 미국에서 YF쏘나타 앞문 잠금장치 결함으로 판매 중단 사실이 알려진 뒤에야 국내와 미국에서 동시에 리콜을 결정했다. 이미 지난해 국내에서 같은 결함이 발견됐지만 리콜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미국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리콜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운전석 문이 닫히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해에도 YF쏘나타에 대해 국내에서 등속조인트 문제로 2만5767대, 변속기 오일이 새는 문제로 2만5316대에 대해 무상수리를 실시했다. 무상수리는 정부 감시를 받는 리콜과 다른 것으로, 비용도 적게 든다. 안전 관련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것이 미국에서 불거질 경우 도요타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에서는 무상수리 등으로 넘어가면서 미국에서 문제가 되면 같이 리콜해주는 모습이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 시장 점유율 80%라는 독과점 체제에 안주하지 말고 소비자 중심에서 처리해야 도요타 사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