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 100년] 미쓰비시 어떤 기업인가

입력 2010-03-09 19:05

제1부 일본 3대 재벌의 전쟁범죄

② 군수산업의 대명사, 미쓰비시


에도 막부 시절인 1835년 도사 번(지금의 시코쿠 지방 고치현)에서 출생한 하급 무사 출신 이와사키 야타로가 1870년 해운업으로 무역에 손을 대 1873년 미쓰비시상회를 설립하면서 기업 창업사가 시작됐다. 이른바 ‘사가(佐賀)의 난’이 발생했을 때 정부를 도와 반란군을 진압하는 등 메이지유신으로 정권을 잡은 인사들과 긴밀히 접촉하며 기업을 성장시켰다. 1887년 정부 소유 나가사키조선소를 불하받은 데 이어 미쓰비시조선, 미쓰비시제지, 미쓰비시상사, 미쓰비시광업, 미쓰비시은행, 미쓰비시전기 등을 차례로 설립했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 속에 사세를 확장한 미쓰비시는 특히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기간 중 군수산업으로 급팽창했다. 나가사키조선소를 모태로 1934년 탄생한 미쓰비시중공업에서 당시 세계 최대 전함으로 일컬어졌던 무사시(武藏)호, 진주만 폭격으로 맹위를 떨친 제로센(零戰) 전투기 등을 만들어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때 식민지 조선인들을 대거 강제 동원해 개별 작업장 노역을 시켰다. 일본 학자 및 시민운동가들이 2006년 발간한 ‘전쟁책임 연구’에 따르면 미쓰비시 작업장에 끌려간 조선인은 총 10만명에 달했다. 이 중 1만명 이상이 나가사키의 조선소와 병기공장, 제강공장, 탄광 등에 동원됐다.

일본 패망 뒤 연합군사령부는 전쟁에 적극 협력한 책임 등을 물어 군수재벌을 해체하면서 미쓰비시도 작은 회사로 뿔뿔이 해체했다. 그러나 미쓰비시 그룹은 제2차 세계대전 종결을 위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이 1952년 발효된 이후 단계적으로 재결합했다. 미쓰비시중공업도 당초 3개 회사로 분할됐지만 1964년 재통합했다.

현재 미쓰비시 그룹의 핵심 기업은 미쓰비시중공업과 미쓰비시 UFJ 은행, 미쓰비시상사 등이다. 이 중 미쓰비시중공업은 차량과 선박, 각종 터빈, 발전기 등을 제조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종업원 수가 계열사를 합쳐 총 6만2000명이며 전체 매출은 4조4000억엔이다(2008년 기준). 지난해에는 한국 정부로부터 아리랑3호 위성발사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별기획팀=글·사진 김호경 권기석 우성규 기자 h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