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획기적 ‘핵감축’ 준비… 오바마 대통령 3월 중순쯤 내용 발표

입력 2010-03-02 18:4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달 중순쯤 발표할 ‘핵 태세 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에 현재 미국이 보유 중인 핵무기에 대한 극적인(dramatic) 감축 내용을 담을 예정이라고 미 정부 고위 관리가 1일(현지시간)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관계자의 말을 인용, 감축 내용이 오바마 대통령의 새로운 핵정책 근간이 되며, 핵무기 확산 방지와 핵 없는 세상 추구에 중요한 진전을 이루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고서 내용엔 감축이 영구적이고, 조지 W 부시 정부 때 결정된 몇몇 계획을 취소하거나 뒤엎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으로부터 핵무기 감축과 관련된 내용을 보고받았다.

핵 태세 보고서 논의에 참여 중인 이 고위 관리는 “극적인 감축 내용이 포함될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폐기 대상 상당 부분은 발사대에서 분리돼 저장고에 보관된 핵탄두들이다.

다른 관리들은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 사이에 이미 미국의 유럽 배치 전략핵무기 철수 문제가 막후에서 논의돼 왔고, 미국의 핵 억지력에 대한 재확인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 내용이 행정부 안에서 모두 합의된 건 아니다. 게이츠 장관도 몇 가지 이견을 함께 보고했다고 전해졌다. 내부에서 치열한 논쟁에도 불구하고 결론 내지 못한 것 중 하나는 어떤 상황에서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하는지, 한다면 어떻게 하는지이다. 이는 냉전시대 이후 미국의 핵 억지력의 가장 중요 요소로 간주돼 왔다.

심각하게 논의됐으나 보고서 내용에 최종 채택하지 않은 것도 있다. 이 고위 관리는 “미국이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건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대대적인 핵감축 후속 조치로 좀 더 많은 재래식 무기, 특히 미사일에 의존할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발표된 ‘4개년 국방보고서’를 통해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는 ‘전 지구적 즉응 타격’(Prompt Global Strike) 개념을 도입했다. 유사시 미국 또는 다른 어떤 지역에서라도 1시간 안에 특정 목표물을 타격하는 것이다. 이 전략은 파키스탄의 알카에다 지도부에 대한 광범위한 타격이나, 북한이 미사일 발사 직전 이를 무산시킬 수 있는 선제공격으로서 아주 유효하게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보고서에 핵무기 사용 조건과 관련해 미국이 어느 수준까지 명확히 밝힐 것인가가 관심사다. 미 국방부와 일부 백악관 관리들은 생화학무기로 공격하거나, 테러리스트에 핵무기 물질을 넘기는 적성국가에 대해 핵무기 공격을 할 수 있게 정책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