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 불 껐지만 불씨 잠복… ‘ 최후 카드’로 남겨

입력 2010-03-03 00:59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세종시 국민투표 논쟁을 교통정리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투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논란 확산을 차단했다. 지난달 28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때가 되면 중대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하면서 시작된 국민투표 논쟁은 잠시 소강 국면에 접어들 듯하다. 이 대통령이 밝힌 메시지는 ‘한나라당의 논의를 믿어보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책임정당으로서 그 정도는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구성키로 한 중진협의체에서 세종시 수정에 대한 결론을 내놓으라는 우회적인 압박으로도 읽힌다.

앞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현재로서는 국민투표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때가 되면 중대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던 당사자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지금 목검 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양단간 결정을 언젠가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목검(木劍)’이 아닌 ‘진검(眞劍)’을 들었다는 의미이고, 세종시 수정안을 포기하는 일은 없다는 점에 무게중심을 실은 것이다.

국민투표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은 크게 두 부류였다. 한 부류는 “현재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고, 다른 부류는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는 현재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고, 후자는 이 대통령의 세종시 추진 의지를 강조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의지를 강조하다 보면 ‘국민투표도 배제할 수 없다’는 논리로 이어지게 된다.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참모들도 “국민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단언하는 것은 아니다”는 전제조건을 붙인다.

이 대통령의 발언도 한나라당이 결론을 내려줬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강하게 표시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회 논의 과정이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 같지만 우리는 잘 처리될 것이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며 “국민투표는 그 이후에 따져볼 문제이며 지금 논의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즉 국민투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정도로 수정안 추진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으나 현재는 한나라당 내 논의 과정을 더 지켜보면서 정상적인 처리 과정에 무게를 싣고 있는 단계라는 것이다. 때문에 한나라당의 내부 논의 구조가 계속 지지부진할 경우 국민투표 카드는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