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한 친이… “李心도 아닌 ‘중대결심’ 흘려 반전 정국 찬물”

입력 2010-03-03 01:02

이명박 대통령까지 세종시 국민투표설을 부인하고 나서자 한나라당 내 친이계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왜 이 대통령의 뜻과 달리 ‘중대결심’을 얘기해 상황반전이 무르익는 세종시 정국에 찬물을 끼얹었느냐는 것이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여권 핵심 의원은 2일 “조기 국민투표설이 나온 뒤 자초지종을 알아봤더니 청와대에서조차 심도 있게 논의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하더라”며 “왜 그런 얘기를 청와대 핵심에서 흘렸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이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가 지난달 주례회동에서 국민투표를 검토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뭘 모르는 사람이 중간에서 희한한 말을 흘리고 다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친이계 핵심인 정두언 의원도 라디오 방송에서 “세종시 의원총회가 끝나고 다시 중진협의체에서 본격적으로 세종시 논의를 시작하는 마당에 국민투표는 시기상으로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세종시 상황이 너무 답답하니까 개인적 의견을 말한 것 같다”면서 “하지만 그런 발언은 시기적으로 너무 맞지 않고 부적절한 만큼 그냥 해프닝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친이계 핵심 관계자는 “세종시 의원총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와 당내에서 이를 종합한 중재안을 갖고 정국을 풀어보려고 하는 상황에서 그런 발언이 나와 상황이 완전히 꼬여버렸다”면서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국민투표 시사 발언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국민투표설이 친박근혜계 압박용이란 해석도 있다. 친이계 고승덕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국민투표설은 친박계에 대해 너무 반대만 하지 말라는 압박용이지 문제 해결용은 아니다”고 말했다.

중립 성향 이한구 의원도 “국민투표 회부는 국회를 부정하는 자세이자 비겁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