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전세계서 160만대 ‘쉬쉬 수리’… 블룸버그 통신 “엔진 오일호스 구멍 몰래 고쳐줘”
입력 2010-03-03 01:12
도요타자동차가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판매한 캠리 아발론 등 7개 차종 160만대를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지난해 가을부터 수리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미·일 양국에서 지금까지 수리한 차량의 합계는 100만대에 육박하며 캐나다 7만6000대, 중국 유럽 동남아시아에서 23만대 등 세계 90개국에서 160만대를 수리했거나 수리할 예정이라고 교도통신이 2일 보도했다.
도요타는 V6 엔진을 장착한 캠리 아발론 렉서스 등 일부 모델의 엔진오일호스 고무 부분에 구멍이 생겨 오일이 새거나 엔진이 고장날 우려가 있자 지금까지 미국 판매분 71만6000대를 수리해 왔다. 블룸버그통신은 도요타 측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1일 미국 자동차 딜러들에게 보냈다고 2일 전했다.
도요타 측은 “운전자들이 비정상적인 엔진 소음이나 오일경고등의 깜빡거림으로도 오일호스에 문제가 있는지를 알 수 있다”며 “안전상의 결함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리콜 대상으로 삼지 않았으며 운전자에게 개별적으로 알린 뒤 차량을 고쳐줬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도요타는 무상으로 부품을 교환해 주는 ‘서비스 캠페인’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도요타는 이 사실을 외부에 공표하지 않고 있다가 미국 언론이 오일 누수 가능성에 대해 보도한 직후에야 인정했다. 이에 대해 교도통신은 3일 열리는 미 상원 청문회에서 또다시 도요타의 ‘은폐 체질’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수리 프로그램 대상 차량 소유자들은 2013년 3월 31일까지 도요타 대리점에서 무상으로 오일호스를 교체할 수 있으며, 수리에는 1시간 정도 걸린다. 수리 대상 차종은 캠리 2007∼2010년 모델, 아발론 2005∼2009년 모델, 렉서스 ES350 2007∼2008년 모델, RX 350 2007∼2009년 모델 등이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지난 10년간의 미국 정부 기록 1만2700건을 자체 분석한 결과 리콜 대상에서 제외된 2007년형 이전 캠리 모델의 가속페달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소비자 불만이 상당수 접수됐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2일 보도했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