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대지진 참사] “다시 시작이다” 항구 등 복구 속도전

입력 2010-03-03 01:13

칠레가 철저한 지진 대비만큼이나 재건 작업도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깊은 신뢰와 함께 지원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선 여전히 생필품 부족으로 약탈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

◇기간시설 복구 총력전=수출 기지인 항구의 재건 작업이 가장 순조롭다. 발파라이소의 주요 항구는 이미 지난달 28일 통관 절차가 재개됐고, 구리 수출항인 산안토니오의 항구도 접안시설의 안전 점검이 끝나는 대로 조만간 배의 입출항이 허용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1일 보도했다.

산티아고 국제공항도 이날 10여편의 항공기 이착륙이 허용되는 등 부분적으로 업무를 재개했다. 수도 산티아고와 제2의 도시 콘셉시온을 연결하는 고속도로의 차량운행도 곧 허용될 전망이다. 산티아고의 95% 지역에서 전력, 가스, 식수의 공급이 다시 이뤄졌다. 지하철운행도 정상화되면서 일상을 회복하는 분위기다.

산업 시설도 하나둘씩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세계 최대 구리생산업체인 칠레 국영 코델코가 안디나 광산에서 이날부터 채굴작업을 재개했다. 앞서 엘 테니엔테 지하광산도 지진 발생 다음날인 28일 이미 문을 다시 열었다. 대부분 광산이 진앙과는 먼 지역에 위치해 피해가 적었던 점이 작용했다.

미국 IHS 글로벌 인사이트는 보고서에서 “칠레의 사회기반시설과 단단한 경제 능력이 빠른 재건을 보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FP통신도 “칠레에는 남미 국가에 만연했던 초인플레이션도 없었기 때문에 재건 과정에서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사회의 신뢰와 지원도 재건 작업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이날 외국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칠레를 방문해 “칠레를 도울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일 칠레 방문 때 위성전화 20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인접국 아르헨티나는 야전병원 설비를 갖춘 항공기 5대와 의사 55명, 정수장비, 식량을 지원키로 했다. 볼리비아도 의료장비와 함께 구호품 60t을 보낼 계획이다.

◇여진 속 약탈 확대=칠레 정부는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723명으로 늘었다고 집계했다. 또 대지진 이후 규모 5.0 이상의 여진이 121차례나 발생해 콘셉시온 일대 주민들은 여전히 공포에 떨고 있다. 이 때문에 생존자 구조가 난항을 겪고 있다고 현지 관리들이 전했다.

칠레 정부는 콘셉시온에서 약탈 행위가 계속되자 파견 병력 규모를 1만4000명으로 두배 늘렸다.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은 “약탈 행위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칠레 내무부는 특히 지난달 28일 이 지역에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린 뒤 최소 160명이 구금됐으며, 1명은 사살됐다고 발표했다. 경찰의 봉쇄에 맞서 일부 약탈자들은 상점 2곳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한편 칠레 항공당국은 소형 항공기가 이날 콘셉시온으로 구호품을 싣고 가던 도중 추락해 탑승자 6명이 모두 숨졌다고 발표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