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변재운] 福費 유감
입력 2010-03-02 19:23
전세를 사는 회사원 A씨는 주인이 집을 비워 달라는 바람에 최근 다른 전셋집을 구해 이사를 갔다. 같은 규모 아파트인데 2억8000만원이던 전셋값이 2년 사이 3억5000만원으로 크게 뛰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2년 전에는 복비, 즉 중개수수료를 2억8000만원의 0.3%인 84만원을 지불했는데 이번에는 3억5000만원의 0.6%인 210만원을 달라는 것이었다. 한참 실랑이 끝에 150만원으로 타협을 봤지만 영 기분이 나빴다.
현행 중개수수료율은 0.6%(전세는 0.5%)에서 금액이 커질수록 0.3%까지 낮아지다가 일정 금액 이상이면, 즉 매매가는 6억원, 전세가는 3억원을 넘으면 0.9%(전세는 0.8%) 이내에서 협의해 결정하도록 돼 있다. 여기서 분쟁이 발생한다. 중개업자는 많이 받으려 하고 고객은 적게 주려다 보니 대부분 얼굴을 붉히게 되는 것이다.
요율을 그렇게 해놓은 것은 아마 국토해양부가 중개업소들의 수익을 생각해준 것 같다. 서민은 보호하되 비싼 주택이나 비싼 전세는 돈 좀 있는 사람들이니 적당히 협상해서 더 받으라는 뜻으로 보인다. 전에는 0.2∼0.9%에서 협의토록 돼 있었으나 2006년 개정하면서 하한선 0.2%까지 삭제했다. 0.2%를 받아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소지를 아예 없애버려 중개업소가 쉽게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해 준 것이다.
문제는 이런 애매한 조항이 국민을 쓸데없이 불편하게 만드는 데 있다. 매물을 이곳저곳 내놔야 하는 부동산 매매의 특성상 미리 수수료율을 협의하기 어렵고, 그러다 보니 후에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역 중개업소들이 담합해 일정 수수료를 고집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과거에는 매매가 6억원, 전세가 3억원이면 고가였으나 가격이 뛰면서 대상 주택도 크게 늘었다. 차라리 국토해양부가 명확하게 요율을 정해주는 것이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길이 될 것 같다.
공인중개사협회는 한술 더 떠 수수료 자율화를 요구한다. 자율화하면 경쟁이 붙어 수수료가 내려갈 것이라는 말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자율화해서 내려간 게 없다. 고가의 담합이 이루어질게 뻔하다. 외국은 수수료율이 높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서비스 체계가 다르다.
물론 부동산중개업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래도 창업이 용이하다 보니 중개업소는 꾸준히 늘어난다. 아파트 단지 주변에 가장 많은 게 복덕방이다. 현재 업소가 8만3000개인데 자격증 소지자는 28만6000명이다. 여차하면 개업할 대기자가 그만큼 많은 셈이다. 그렇게 양산해놓고 국민들 보고 먹여 살리라면?
변재운 논설위원 jwb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