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진상화] 국가계약 제도의 바른 정착을 위하여
입력 2010-03-02 18:22
일본 업체에 의해 콘크리트 중력댐으로 설계된 소양강댐 공사가 1967년 최저가 방식으로 발주되었다. 그러나 당시 철근, 시멘트가 부족했던 우리의 현실에서 한 국내 건설업체가 소양강댐 주변에 널린 흙, 모래, 자갈을 이용해 댐을 만들면 훨씬 더 경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사력댐을 대안으로 제시, 시공함으로써 국가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계기가 된 실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이로부터 43년이 지난 지금 당시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최근에 공공공사 입·낙찰 제도 개선 과정에서 불거진 일련의 시행착오가 건설산업의 앞날을 다시금 어둡게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연간 70조원에 이르는 공공공사 발주물량 중 70% 이상이 최저가 및 적격심사 방식으로 집행되고 있으나 소양강댐 입찰에서와 같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창의적 대안 제시가 전혀 용납되지 않고 운찰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설계비 등 막대한 입찰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예측 가능하고 계획 수주가 가능한 턴키 공사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 과정에서 간혹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되고 있으나 정책 당국은 이 같은 문제의 근본적 원인 치유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2진 아웃제 등 행정처분 강화와 다람쥐 쳇바퀴식의 설계심의 방식 변경 및 공동도급 제한에만 주력하고 있는 상태다.
즉 턴키 공사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은 턴키 방식과 최저가·적격심사 방식을 함께 고려해 우선적으로 운찰제인 최저가 및 적격 부문에 예측 가능한 기술경쟁 방식 도입을 통해 턴키 공사의 과열 현상이 지양되도록 함에도 불구하고 턴키심의위원 사전 공개로 오히려 부조리한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위 10개 대형사 간 공동 도급을 제한함으로써 다수의 회사가 입찰에 참여하게 되고 그 결과 한 개 프로젝트에 약 700억원 이상의 설계 비용이 지출되는 등 자본의 효율적 운용이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입찰 비용과 정부 예산을 절감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예측 가능한 계획 수주가 가능토록 하며, 건설 기술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고 입·낙찰 과정에서 발생되는 부조리한 현상을 일소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입찰시 최저가 및 적격 부문에서 창의적 대안 제시를 자유로이 허용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제도적 개선 없이 중소 건설업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인위적인 낙찰률 제고를 지향하다 보면 사행적 현상이 만연하게 되어 결국 견실한 중소 건설업체가 시장에서 퇴출되는 소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요컨대 중소 건설업체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경쟁력 있는 대형 건설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적정 낙찰률 확보로 품질 시공이 가능하게 되는 지름길은 최저가 및 적격 부문에서 창의적 대안 제시가 허용되는, 시장경제 원리에 맞는 글로벌 선진 입·낙찰 제도 정착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진상화 현대건설 국내영업본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