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부릴 여유 없다 “우린 낡은 청사 고쳐 써요”… 보성, 본청 리모델링 200억 절감

입력 2010-03-02 19:28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호화청사가 따가운 비난을 받고 있지만 전남에서는 낡은 청사를 고쳐 사용하는 알뜰한 지자체들이 적지 않다.

보성군은 지난해 1월 194억원을 들여 착공한 청사 리모델링과 별관 신축 공사가 현재 50%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고 2일 밝혔다. 오는 6월 말 완공 예정이다.

군은 1981년 지어진 청사가 낡고 비좁아 당초 군비 400억원 정도를 투자해 새 청사를 이전 신축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하지만 군은 지난해 재정자립도가 15%에 불과해 청사 신축이 열악한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 본청은 리모델링하고 안전진단 결과 ‘E’급(위험판정)을 받은 별관만 신축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군은 2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

군 공무원들은 요즘 본청 리모델링에 따른 각종 불편을 감내하고 있다. 군수와 부군수 및 22개 실·과 공무원 230여명은 지난달 6일 청사 내 지하 1층 주차장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해 사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도 사무실 임대비용 25억원을 절감했다.

보성군의 이런 자린고비 전략이 알려지면서 행정안전부가 청사 리모델링 모범사례로 선정하기도 했다.

78년 지상 4층 연면적 5982㎡ 규모로 지어진 강진군 청사도 낡아 3층과 4층 바닥이 갈라지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강진군은 청사 건물에 문제가 생기자 2002년 전문기관에 구조물 안전진단을 의뢰한 결과 철거 후 신축하거나 긴급히 보강해야 하는 ‘C’급 판정을 받았다.

이에 군은 여느 지자체처럼 청사 신축을 검토했다. 하지만 강진군 역시 계속된 인구 감소 속에 청사 신축은 무리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열악한 재정 여건을 감안해 신축 대신에 보강공사를 선택했다. 군은 곧바로 문제가 있는 기둥과 보를 철골로 보강하고 틈이 생긴 3·4층 바닥도 보수해 지금껏 사용하고 있다.

무안군도 69년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5176㎡ 규모로 지어진 본관 및 별관 청사가 노후화되자 2001년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해 ‘C’급 판정을 받았다. 군은 청사 신축에 따른 예산 확보 등이 어렵자 2003년 당장 시급한 지하 기둥과 보 등을 철골로 보강하고 균열이 생긴 틈을 보수해 사용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행안부가 낡은 청사를 고쳐 사용하는 지자체에는 예산상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무안=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