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태조 어진(御眞) 구본 발굴 본격화… 전주시, 국가지정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 신청

입력 2010-03-02 19:28

전북 전주시 소재 경기전(사적 제339호)의 창건 600주년을 맞아 뒤뜰에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조선 태조 어진(御眞·임금의 화상이나 사진)의 구본(舊本)을 발굴하는 작업이 본격화한다.

전주시는 “태조 어진의 세초(洗草·어진을 만들고서 낡은 어진을 없애는 일) 과정을 확인하고 이와 관련된 각종 유물을 발굴하고자 문화재청에 국가지정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 신청을 했다”고 2일 밝혔다.

현상변경은 문화재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문화재 정비와 수리 등 주변 지역에 대한 발굴·매립 등의 모든 행위를 말한다.

현상변경 대상은 경기전 북편 뒤뜰의 600여㎡로 한정됐다. 이곳은 규장각에 소장된 ‘어진이모도감의궤(御眞移模都監儀軌)’에 “고종 9년(1872년)에 태조 어진을 이모(남의 글씨나 그림을 본떠 쓰거나 그리는 것)한 뒤 옛 어진을 백자 항아리에 담아 경기전 북편에 묻었다”고 적혀 있는 지점이다.

전주시는 신청서에서 “발굴 작업이 이뤄지면 조선시대에 어진을 어떻게 교체해 처리했고, 구본을 어떻게 보존했는지 등 세초와 매안(埋安)의 전체 과정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특히 “올해는 태조 어진이 모셔진 경기전의 창건 600주년이 되는 해여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발굴 작업이 이뤄지면 어진의 구본과 이를 담은 백자 항아리, 항아리를 보호하는 석함 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세초와 매안을 하며 지낸 각종 의례에서 사용한 유물과 기록물 등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발굴 작업은 현상변경 허가에 이어 발굴조사 허가를 받아야 시행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어진의 세초와 매안에 대한 기록은 더러 있지만 실제 유물이 발굴된 예는 없다”며 “관련 유물이 발굴된다면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