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 주류사회, 이젠 바꿔야… ‘위기의 대학’ 집중 진단

입력 2010-03-02 17:55


우리 대학이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것이 아니다.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어설 정도로 대학교육이 보편화됐지만 교수, 학생, 기업 등 이해 관계자들은 대학교육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지향점을 상실한 채 취업 교육기관으로 전락했고, 학생들도 대부분 기계적으로 대학에 진학한 뒤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매달리는 게 현실이다.

계간 ‘황해문화’는 2010년 봄호에서 ‘대졸자 주류 사회와 위기의 대학’이란 주제의 특집을 통해 이 같은 우리 대학의 실상과 문제점을 집중 조명하고, 해결방안을 타진해 본다.

홍윤기 동국대 교수는 권두언 ‘고비용·저효율의 한국형 공부 구조’에서 대학의 문제와 입시 경쟁의 비효율성을 지적한다. 홍 교수는 “한국 대학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교수나 학생이나 대학에서 맘 놓고 공부를 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바로 이렇게 부실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우리 후속 세대들은 이제 막 걸음마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가계 부담을 치르면서 잔혹한 입시 경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묻지마식 입시훈련, 교육현장에 내면화된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역대정권의 대중야합적인 교육정책과 학벌체제에 대한 방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대학의 문제를 낳았다면서 “교수와 학생이 맘 놓고 공부할 수 있는 대학이 너무나 소박하지만 반드시 성취해야 할 한국 대학의 당면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진석 인하대 교수는 ‘대졸자 주류 사회, 이젠 바꿔야 한다’는 글에서 오늘 날 대학 교육의 핵심적인 문제는 대학이 교육시켜야 할 수월성의 기준, 대학에서 꼭 교육시켜내야 할 인재상을 몽땅 저버린 채 대졸자들만 거품 수준으로 양산해 냈다는 데에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과거 어느 시점까지는 높은 대학 진학률이 성장을 뒷받침했을 수 있지만, 그 후에는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높이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국사회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덜 공부하고 덜 노동하는 삶을 인정하고 또 존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훈 연세대 교수는 ‘학벌·식민성·권위주의·신자유주의-한국 대학의 초상’에서 “‘학벌 제공처’로서의 대학에서 벗어나 진정한 학문 탐구와 사회 성찰을 위한 대안 모색이 시급하다”며 “소위 명문대학이, 이런 대학의 역할을 포기하고 대학원 중심의 연구와 내용 있는 대학원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익현 교수신문 편집국장과 이은경 전북대 교수는 학생들이 각종 취업시험 준비에 내몰리고 대학은 고급 지식 개발과 연마를 외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인문학과 이공계 대학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라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