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손짓하네… 매혹적 색감·3D화면 볼 만
입력 2010-03-02 17:43
할리우드 환상의 콤비로 불리는 팀 버튼 감독과 조니 뎁이 7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는 말을 새삼 확인하게 되는 작품이다. 팀 버튼 고유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매혹적인 색감과 독특한 캐릭터의 조화는 3D화면과 어우러지며 강렬한 흡인력을 자랑한다. 제작비도 2억5000만 달러(약 2900억원)나 들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는 루이스 캐롤이 1865년에 펴낸 동화다. 여느 동화와 다르게 마니아적 감성을 물씬 풍기는 원작은 지금까지 수차례 연극과 영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재탄생돼왔다.
팀 버튼은 원작의 큰 틀만 유지한 채 새로운 세계, 새로운 앨리스를 창조한다. 원작에서 어린 소녀였던 앨리스(미아 와시코우스카)는 19세로 등장한다. ‘원더랜드’도 ‘언더랜드’로 개명된다. ‘조마운 날’(좋다+고맙다) 등 단어를 결합해 만들어낸 조어들 역시 ‘버튼스러움’을 더하는 요소다.
한 파티장에서 멍청한 귀족의 아들에게 청혼을 받은 앨리스는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괘중시계를 들고 조끼를 입은 흰 토끼를 쫓아간다. 4차원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통로를 지나 앨리스는 언더랜드로 들어간다. 앨리스는 이곳에서 미친 모자 장수(조니 뎁), 신비하고 야릇한 하얀 여왕(앤 헤서웨이), 현재 언더랜드를 지배하고 있으며 틈만 나면 “목을 쳐라”라고 외치는 공포정치의 화신 붉은 여왕(헬레나 본햄 카터), 증발 기술을 가진 체셔 고양이, 모든 것을 아는 애벌레 압솔렘 등 신기한 인물들을 만난다. 전설에 따르면 앨리스가 붉은 여왕의 괴물 재버워키를 물리쳐야 언더랜드엔 다시 평화가 올 수 있다.
“귀족에게 시집가면 평생 행복할 수 있다”는 바보같은 신조를 주입받던 앨리스가 언더랜드에서 자아를 각성해가는 과정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하지만, 상상력의 한계를 확장시키며 눈앞에 펼쳐지는 오묘한 세계에서 서사적 결함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조니 뎁은 팀 버튼의 작품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배우다. 미친 모자 장수를 맡은 그는 오렌지색 머리카락과 눈썹, 녹색 눈동자 등 자신의 캐릭터를 수채화로 직접 그렸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재탄생하는 눈동자임에도 불구하고, 기분의 변화에 따라 수시로 크기가 달라지는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예민하지만 누구보다 정이 많은 미친 모자 장수의 감정이 그대로 전해진다.
남의 두 배쯤 되는 큰 머리를 흔들며 수시로 “목을 쳐라”라고 외쳐대는 붉은 여왕은 영화의 주요 웃음 포인트. 팀 버튼의 아내이기도 한 헬레나 본햄 카터는 하도 소리를 질러 촬영 기간 내내 밤마다 목이 잠겼다고. 이 외에도 CG로 탄생한 다양하고 독특한 비주얼의 캐릭터와 언더랜드의 기괴미는 시각적 만족을 극대화한다. 4일 개봉.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