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하나님] 주대준 카이스트 교수

입력 2010-03-02 20:43


공직 33년중 20년 청와대 선교

인재발굴·양성 인생 2모작 인도


1979년 늦가을 어느 날. 청와대 초입에 위치한 ‘정부전자계산소’에서 컴퓨터 프로그램 보수교육을 받던 중에 우연히 청와대를 바라보았다. 난생 처음으로 청와대를 바라본 순간이었다. “하나님! 저 청와대 안에 컴퓨터가 설치되고 전산실이 창설되면 제가 청와대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십시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렸다. 그날 이후 10년 동안 청와대를 마음에 품고 살았다. 마침내 1989년에 청와대 전산실이 창설됐다. 당시에 수십 명의 지원자가 프로그램개발담당관직에 지원했는데 내가 선발됐다.

나는 청와대 근무를 시작하면서부터 나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과 뜻을 찾는 기도를 드렸다. ‘청와대선교를 위해 나를 청와대에 파송했다’는 평신도 선교사로서의 사명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나는 청와대기독신우회 창립을 위한 기도를 시작했다. 1년 만에 하나님의 은혜로 청와대기독신우회가 창립됐다. 바쁜 청와대 근무 중에도 아침기도회와 주간성경공부, 월간예배를 드리며 청와대에서 퇴직하는 날까지 청와대기독신우회장으로 섬겼다.

1993년 문민정부 당시 통일연수원(수유리)에서 전국의 공직자들이 모여 통일교육을 받던 중에 성령님의 인도하심으로 입법, 사법, 행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 ‘한국기독공직자선교연합회’ 창립발기 기도회를 가졌다. 마침내 1997년에 창립해 퇴직하기까지 ‘한국기독공직자선교연합회 대표회장’으로 공직자 선교활동을 위해 헌신했다. ‘대한민국 100만 공직자가 예수 믿고 구원받아 부정부패를 없애고 학연, 지연, 동기회 등의 문화를 청산해 청렴한 공직자상을 확립하자는 비전으로 기독공직자 윤리강령을 선포했다.

33년 공직생활 중에 20여년간 다섯 분의 대통령을 모셨다. 전산직능 공직자가 승진할 수 있는 한계인 전산실장을 넘어 정보통신처장, 행정본부장, 경호차장으로 승승장구하게 된 것은 한 인간의 능력으로 불가능한 기적이다. 경호실 창설 이후 최초로 경호원법에 정한 연령정년퇴직을 하게 된 것과 지난 정부에 임명받은 경호차장이 현 정부 대통령으로부터 경호차장 재임명을 받아 정년까지 근무한 것은 이 시대에도 하나님이 살아 계시고 우리와 함께하심을 증거하고 간증하는 도구로 쓰임 받기 위한 하나님의 뜻임을 믿고 감사드린다.

2008년 12월 대통령 경호차장직을 마지막으로 공직자로서 영예로운 정년퇴직을 했다. 2009년 한 해 동안은 공직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게 인도하여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사회봉사활동을 하며 전국 40여개 교회를 다니면서 내가 만난 하나님을 증거하고 간증하는 생애 최고의 가치 있는 시간을 보냈다.

역대 경호차장을 역임한 분들은 퇴직 후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국가기관장으로 재임명을 받아 2∼3년 근무하는 관례가 있었기에 나 역시 지난 한 해 동안 국가기관을 포함하여 미국 4년제 대학교 IT학부장, CTS 사장, 사립대학교 부총장 청빙 등 의외로 많은 자리를 제의받았지만, 세상적인 기준으로 결정하기에 앞서 하나님의 뜻을 찾기 위해 기도하던 중에 내가 평소 생각지도 못했고 꿈꿔 보지도 못했던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 길을 열어 주셨다.

전 세계 해커들이 몰려들 정도로 허물어진 대한민국의 사이버 안보를 강화하고, 향후 대한민국이 사이버 세계를 주도하는 사이버 강국으로 발전하는 기틀을 마련토록 새로운 미션을 부여하신 것이다. 청와대 정보화관리자(CIO), 정보보호관리자(CSO) 재직 당시 주경야독으로 현장의 경험과 노하우를 이론과 접목시켰다. 마침내 카이스트에서 10년간 ‘해킹 탐지 사전 예측 모델 연구’로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에 등재된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고 공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카이스트에서 후반부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삶의 터전을 마련해 주셨다. 하나님은 ‘국가사이버테러보안연구소’를 설립, 우수한 인재를 조기에 발굴해 세계 최고의 해킹방지전문가로 양성하고 신기술을 개발해 대한민국이 사이버안보 리더십을 회복하고 세계 사이버보안 선도국가로서 기반을 구축하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에 올인하도록 인도하신다.

지나온 삶을 반추하여 보면, 지리산 줄기 산골마을의 무속신앙 가정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 부모를 잃고 어찌할 바를 몰라 삶을 포기하고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산골소년을 찾아오신 예수님께서 그 이후 단 한순간도 눈을 떼시지 않으시고 오늘날 여기까지 인도하여 주셨다.

청년시절에 청와대 근무를 꿈꾸게 하시고 그 꿈을 성취시켜 주셨던 내가 만난 하나님께서는 내 인생의 이모작인 후반부 삶 역시 국가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품고 정진하게 해 주심에 감사드리며 오늘도 그분을 바라보며 천국의 소망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정리=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