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로머시’ 창간 35주년… 국왕·대통령·총리 350명 인터뷰 임덕규 회장
입력 2010-03-01 15:52
한국 유일의 외교전문 영문 잡지인 월간 디플로머시가 올해로 창간 35주년을 맞았다.
1975년 창간 이래 각국 국왕과 대통령, 총리 350명을 인터뷰한 임덕규(74) 회장은 “디플로머시는 비판 중심의 서양언론과 달리 각국 정상들이 마음 놓고 만나도 되는 잡지로 사람중심 이야기를 쓴다”고 말했다. 영문 잡지이기 때문에 한국인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외교가와 각국 정상에게는 매우 익숙한 잡지다.
11대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60년대 초부터 독립 운동가인 임병직 전 외무장관을 보좌하면서 외교전문 영문 잡지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73년 집과 전화기를 저당 잡혀 서울 무교동에 23㎡(약 7평) 사무실을 얻어 준비 끝에 75년 창간호를 냈다.
창간호에는 당시 하비브 주한 미국대사를 설득해 제럴드 포드 미국 대통령 특집을 실었고 표지에 포드 대통령 일가 사진을 넣었다. 임 회장은 “75년 당시 각국 정상에게 한국이란 나라를 소개하면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90년대부터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자신이 만난 정상 가운데서 알제리의 부테 후리카 대통령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외무장관으로 16년간 재직하면서 북한 김일성 주석과 매우 가까웠다. 알제리가 프랑스와 독립전쟁을 하는 동안 김 주석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북한에 대한 감사 때문이었다. 임 회장은 그와 인터뷰를 한 뒤 정부와 협의해 국빈 방문을 초청했고 그는 친한파가 되어 알제리 건설공사에서 한국 기업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압둘라 아지즈 사우디 국왕, 만모한 싱 인도 총리도 디플로머시의 인터뷰를 통해서 한국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인물이라고 임 회장은 소개했다. 압둘라 아지즈 사우디 국왕은 2005년 인터뷰 할 당시 유가 급등으로 약 6500억 달러의 유동자금이 생겼다며 어떻게 썼으면 좋겠느냐고 임 회장에게 물었다고 한다. 임 회장은 “건물을 지으면 좋을 것”이라고 충고하면서 “기술력이 좋은 한국 건설업체들에 맡겨보라”고 권유했다.
임 회장은 이 얘기를 당시 이해찬 총리에게 전했고, 이 총리는 같은 해 10월 기업인 100명을 이끌고 사우디를 방문, 3년간에 걸쳐 1000억 달러의 건설 수주를 따냈다. 임 회장은 “창간 당시 서울 주재 외국공관이 27개였으나, 현재는 98개나 된다”면서 “외교전문 잡지를 운영하다보니 각국 대사들과 호형호제하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렬 국장기자 ry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