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김명호] 오바마 “집 나간 토끼 잡아라”

입력 2010-03-01 18:37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미국 내 주요 CEO들을 불러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는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해서다.



정치적으로는 자신을 이념적으로 공격하는 공화당에 본격적으로 반격하겠다는 의미다. 또 표심, 특히 일부 등 돌린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마음을 되돌리려는 의도가 짙다. 그래서 그는 “열렬한 자유시장 신봉자”라는 표현도 썼다.

‘사회주의 정책’ ‘큰 정부’ ‘개인권리 제한’ 등 단어들은 최근 들어 공화당과 보수층이 오바마 대통령을 공격하는 핵심 주제어들이다. 2012년 대선을 준비하는 공화당의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오바마는 사회주의자이고, 지난 수십년간 어떤 대통령보다 급진적”이라면서 “그렇다고 그가 악마라는 얘기는 아니다. 단지 생각이 바보 같다는 뜻”이라고 비난했다. “오바마가 실패하길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극우보수 성향의 라디오 진행자 러시 림보는 언론들이 오바마 대통령을 아예 사회주의자로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백악관 정치참모들은 공화당의 반복적 이념 공세로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오바마 대통령을 ‘사회주의적 성향의 대통령’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분석한다. 그런 반복적인 공격으로 개인 자유를 최고가치로 여기는 중도 성향 미국인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정치참모들은 지난해 치러진 두 곳의 주지사 선거와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게 그 효과 때문으로 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하는 건강보험 개혁이나 금융개혁, 대대적 경기부양책, 월가 대형회사 죄기, 부자 증세 등은 공화당이 공격하기에 딱 좋은 재료들이다. 오바마로선 이 정책들을 철회할 생각이 전혀 없다. 하지만 일부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이런 정책들을 썩 반기지 않는 걸 걱정한다. 개혁 정책들은 추진해야겠고, 일부 이탈한 중도 성향의 표심도 다시 잡아야겠고…. 워싱턴 정가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공약들 중 일부분을 진보 성향 유권자들(‘집토끼’)이 아닌, 이탈한 중도 성향 유권자들(‘산토끼’)의 눈높이에 맞출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금 백악관 정치참모들의 가장 큰 고민은 ‘산토끼’들을 어떻게 구슬려 잡느냐다.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