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강진] 사망자 700명 넘어… 은행도 약탈 ‘무법천지’
입력 2010-03-01 23:53
칠레 지진 사망자 수가 700명을 넘었다. 일부 언론은 사망자 수가 15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진 피해가 가장 큰 콘셉시온에는 치안 확보를 위해 군대가 파견됐다.
◇치안 혼란 속 이재민들 고통=칠레 정부는 지진 사망자가 711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수도 산티아고에 있는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종 신고가 계속 들어오고 있어 사망자가 늘 것”이라며 “이재민은 전 국민의 8분의 1인 200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대통령궁도 곳곳에 금이 가고 일부는 무너졌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또 인구 50만명인 칠레 제2 도시 콘셉시온에 군대 1만명을 파견하고 야간통행금지를 선포했다. 콘셉시온은 지진 이후 이틀이 지난 1일까지도 무법천지라고 AP통신이 전했다. 전기와 수도마저 끊긴 주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무너진 슈퍼마켓, 약국, 주유소에선 이미 모든 물건이 사라졌다. 현금지급기는 부서지고 은행은 약탈당했다. 경찰은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쏘며 대응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한 경찰관은 “완전히 압도당했다”고 AP에 말했다. 이 같은 약탈 행위는 산티아고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28일 저녁 콘셉시온에 도착한 군대는 주민들에게 야간통행금지를 알렸다. 주민들은 공터에 모여 모닥불을 피우고 천막을 쳤다. 집이 성한 사람들도 여진 때문에 집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이날 오후에도 규모 6.8의 지진이 또 발생하는 등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군은 이날 밤 통행금지를 어긴 시민 55명을 구금했다.
◇인명 구조에 박차=콘셉시온 중심가에선 건물 잔해에 갇혀 있던 26명이 소방대에 구조됐다. 무너진 15층짜리 아파트에는 50여명의 생존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돼 구조팀이 열 탐지기와 탐지견을 동원해 수색 작업을 벌였다. 2층에 있던 한 주민은 1시간30분 만에 구조됐다. 허물어진 14층짜리 빌딩에도 80여명이 생존한 채 갇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티아고 국제공항은 여전히 폐쇄된 상황이지만, 28일 오후에는 미국 마이애미와 페루 리마를 출발한 항공기의 착륙을 허용했다. 칠레 정부는 산티아고 공항을 2일부터 정상화시키겠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칠레 해군이 지난 27일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지진해일)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고 전했다. 높이 3m에 이르는 쓰나미는 콘셉시온 해안가를 초토화시켰고, 무방비 상태로 있던 주민들이 쓰나미에 휩쓸려 300여명이 숨졌다는 것이다. 대형 어선이 육지로 올라오고 자동차들이 부서진 가옥의 지붕 위에 얹혀 있는 등 참혹한 모습이 목격됐다. 칠레 해군은 쓰나미를 예측하지 못해 경보를 발령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일본 뉴질랜드 대만에선 기상 당국이 쓰나미에 과민 대응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일본은 28일 17년 만의 대형 쓰나미 경보를 발동하고 최고 3m 쓰나미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는 일부 해안가에 평소보다 조금 높은 1m 남짓의 파도가 있었을 뿐이었다. 일본 기상청은 1일 “과도한 예측과 늘어진 경보로 국민생활에 불편을 끼쳐 사죄한다”면서도 “해외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결과를 검토해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경보를 발령했다”고 해명했다. 뉴질랜드와 대만에선 쓰나미 경보에도 파고가 낮아 오히려 주민들이 해안가로 파도를 구경하러 나가는 상황이 빚어졌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