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위축에 입주율 뚝… 서울도 ‘불꺼진 아파트’ 속출

입력 2010-03-01 18:35

‘불 꺼진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다. 지방뿐만 아니라 서울·수도권 신규 아파트까지 입주율이 절반에 못 미치는 단지가 수두룩하다. 건설사들은 자금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입주율을 높이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1일 부동산114 등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1년 동안 입주가 진행 중인 전국 80여개 단지의 지난달 말 현재 평균 입주율은 70% 미만에 그쳤다.

청약 당시 인기를 끌었던 서울 은평 뉴타운의 경우 2지구 B·C공구의 동부센트레빌 및 두산위브 아파트가 지난해 12월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40%대의 입주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형 평형대는 입주율이 20∼30%대로 저조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아파트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 원래 살던 집을 처분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1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광명 e편한세상·센트레빌’ 아파트(2815가구)는 입주율이 55%선 안팎이다. 삼성물산과 GS건설이 시공한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 ‘래미안자이’ 아파트(2072가구)도 지난해 11월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입주율은 50%대에 그치는 상황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입주율과 달리 잔금 지급률은 90% 이상”이라고 밝혔다.

잔금을 지급하고도 입주를 하지 않는 것은 투자 목적으로 계약했지만 전세·전매 수요가 없거나 기존에 살고 있던 주택의 매매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천 지역은 더욱 심각하다. 인천 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에 들어선 ‘영종자이’ 아파트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지난 1월 중순까지 입주를 진행했지만 1022가구 가운데 입주율은 25% 미만이었다. 또 대림산업과 코오롱건설이 분양한 ‘신현e편한세상 하늘채’ 아파트(3331가구)는 입주율 60%대를 기록 중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건설업체들이다. 입주율 저조로 분양대금을 제때 받지 못할 경우 당장 공사비 지급 등에 차질을 빚기 때문에 갖가지 묘책이 쏟아지고 있다.

입주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마감재 및 디자인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거나 부동산 중개비용을 일부 부담해 주기도 한다. 또 대출상담 및 등기·세무 관련 상담을 제공하는 ‘입주대행사’를 운영하거나 입주 예정자들을 위해 ‘웰컴 파티’를 열어주는 곳도 늘고 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