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등 농산물 투자 ‘고수익’ 거품 경계령
입력 2010-03-01 18:35
최근 농산물 투자 관심이 부쩍 늘었다. 증권사들이 앞다퉈 내놓는 설탕 DLS(파생결합증권·국제 원당 선물가격에 따라 수익률 결정)는 인기몰이 중이다.
1일 금융정보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5개 농산물펀드(공모형) 설정액이 올 들어 67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생산국 작황이 좋아 공급량이 늘어나고 있어 농산물 가격이 상승곡선을 그리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투자 기대수익률을 낮춰 잡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현재 농산물 투자 논리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다른 상품가격 상승률과의 키맞추기, 다시 말해 ‘기술적 반등’ 가능성이다.
대표적 상품가격 지표인 CRB지수(19개 원자재 가격으로 구성)는 지난달 25일 현재 52주(1년) 최고점의 92%까지 올랐다. 원유·구리·납 등의 에너지·금속의 최근 월 선물가격은 52주 최고가의 78∼98% 수준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원당·옥수수·소맥(밀)·대두(콩) 등은 52주 최고가의 73∼87%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농산물 가격이 전체 상품시장이나 에너지·금속 등이 오른 만큼 추가 상승할 여지가 많다는 기대가 크다.
경기회복세를 타고 농산물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투자심리를 자극한다. 특히 국제유가가 80달러를 회복하자 석유 대체에너지원인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의 원료인 옥수수와 대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IBK투자증권 선성인 연구원은 1일 “농산물 가격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는 생산량”이라며 “지난해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과 경기회복세에도 농산물이 에너지·금속만큼 못 오른 것은 남미지역을 중심으로 주요 곡물 생산지의 작황이 좋아 공급량이 수요나 투기 물량을 능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두와 소맥은 세계 1위, 옥수수는 세계 2위 소비국인 중국 움직임도 변수다. 현재까진 저가매수에 열 올리고 있지만 농산물 가격이 반등하면 시장에서 이탈할 공산이 크다.
중국 내 대두 비축량은 현재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어 수입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 각국이 출구전략을 개시해 글로벌 유동성과 투자심리를 저해하고,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는 것 등도 농산물 가격 상승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동양종금증권 조성배 연구원은 “농산물 수요가 늘고 있어 가격 급락 우려는 없지만, 전반적인 생산량 증가세로 급반등도 어렵다”며 “농산물에 투자하면서 단기간 고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