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연체율 급증하는데도 대출액 늘려… 부동산 PF대출 돈줄 조인다

입력 2010-03-01 21:37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돈줄을 강하게 죄기로 했다. 이에 따라 침체기에 빠진 부동산시장의 회복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건설업체들의 자금 압박도 한층 심해지게 됐다.

건설업계는 자금 마련 통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의 PF 부실이 자칫 제2 금융권은 물론 전체 금융시장의 자산 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으며 향후 예상되는 금리인상에 대비,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염두에 둔 선제적인 조처라는 입장이다.

◇부동산 PF 연체율, 다시 6%대로=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의 PF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강화하고 대출한도를 설정하는 한편 해외 PF 심사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대손충당금은 회수가 불가능할 경우에 대비해 미리 쌓아놓는 돈이다.

정부는 자산관리공사(캠코)와 구조조정기금을 통해 2008년 1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모두 2조9000억원을 투입,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을 매입했으나 부동산 PF 부실은 더 커졌다.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 PF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현재 6.37%로 6개월 전보다 0.46% 포인트 상승했다. 2008년 말 4.40%였던 연체율은 2009년 3월 말 6.69%로 급등했다가 정부의 지원으로 6월 말 5.91%로 떨어졌고 다시 급등세를 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PF 사업장에 대한 자율 구조조정의 약발도 먹혀들지 않았다.

◇저축은행 부실화 가능성 커=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을 부동산 PF 부실 가능성을 키우는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이 지난해 6월 말 84조원에서 12월 말 82조4000억원으로 1.9% 줄었으나 저축은행권 잔액은 11조원에서 11조8000억원으로 7.3% 증가했다. 연체율도 9.56%에서 10.60%로 1% 포인트 넘게 뛰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부동산 PF대출을 기피하자 저축은행으로 수요가 몰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현재 저축은행 총 대출 중 PF대출 비중은 18.2%로 증권(8.0%) 보험(5.7%) 은행(4.3%) 등보다 월등히 높다.

금융당국이 이날 발표한 부동산 PF대출 제고 방안의 주요 타깃도 저축은행이다. 현재 행정지도로 운영 중인 ‘30%룰’은 2분기 중 감독규정에 반영해 강제성을 높이고 규제 수준도 단계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30%룰은 총 대출금에서 PF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증권·보험·여신전문회사·종합금융회사 등에 대한 관리기준도 강화,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채권 건전성에 따라 최고 1.5∼10배까지 올리기로 했다.

◇건설사 “돈줄 마른다” 아우성=건설업계는 건설사 자금줄을 막고 부동산 시장을 침체시키는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신규 대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마당에 건설사들의 숨통을 더 옥죄는 조치”라며 “특히 돈줄이 막힌 중견 건설업체들의 경우 자금경색이 가중되면서 연쇄 부도사태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동양종금증권 이광수 연구원은 “기존 PF대출에 대한 상환연장 규제 등의 추가 조치까지 이뤄지면 부동산시장에 대한 타격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현 박재찬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