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세종시 수정안, 국민투표 카드 사용할까

입력 2010-03-01 23:47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 관철을 위해 국민투표 카드를 꺼내들 수 있을까.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28일 ‘중대결단’ 발언으로 촉발된 국민투표 가능성이 정치권의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집권 3년차 초반에 실시될 경우, 국민투표는 이명박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일단 청와대 내부 기류는 부정적이다. 한때 청와대는 헌법학자를 비롯한 전문가를 대상으로 국민투표 문제를 검토했으나, 결론은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일 “지금은 국민투표 실시 여부를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수정안 처리를 논의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즉 최후의 카드로 국민투표를 완전 배제하지는 않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핵심관계자는 “국민투표를 하더라도 이후 국회 입법과정을 다시 거쳐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투표를 실시해 찬성을 얻어내더라도, 세종시 수정안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국회 입법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국민투표로 통과될 경우에는 국회에서 반대하기 어려운 측면은 있다.

세종시 수정안이 국민투표 요건이 될 수 있느냐의 문제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다르고, 정치권도 대립된다. 김승환 전북대 법대 교수(전 헌법학회장)는 “국민투표를 규정한 헌법 72조가 국민에게 법률을 제정하거나 폐지하는 권리를 부여한 게 아니다”며 “세종시 특별법은 국민투표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역시 헌법학회장을 지낸 신평 경북대 법대 교수는 “국민투표 요건은 된다고 판단한다”면서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정치적인 측면”이라고 말했다.

역대로 국민투표는 모두 6차례 실시됐다. 이 중 헌법개정을 위한 국민투표가 5차례 있었고, 유신헌법 재신임 형태가 한 번 있었다. 세종시 특별법과 같은 법률안을 대상으로 한 국민투표는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민투표를 통해 재신임 여부를 묻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불발에 그쳤다. 노태우 전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중간평가를 내세웠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따라서 국민투표 제안 여부는 이 대통령의 판단에 달려 있다. 하지만 정책적 사안으로 국민투표가 실시된 전례가 없다는 점과 세종시, 교육개혁, 4대강 등 모든 현안이 국민투표로 휩쓸려가는 ‘위험한 상황’을 고려하면 쉬운 선택은 아니다. 이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제안하는 순간부터 세종시 문제는 정치권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의 찬반 논란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국민투표 실시가 쉽지 않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남도영 노용택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