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 與野 몸서리치는 시나리오
입력 2010-03-01 18:21
지난달 말 민주당 한명숙 상임고문에 이어 한나라당 원희룡, 나경원 의원이 1일 나란히 출판기념회를 열고 출사표를 던지면서 6월 서울시장 선거전(戰)이 달아오르고 있다. 여야 선거 관계자들은 초반 서울시장 선거 양상이 지방선거의 전체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양측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 벌써부터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여당이 가장 경계하는 비관적 상황은 선거를 열흘 정도 앞두고 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년 (5월 23일) 효과가 극대화되는 경우다. 서거를 기리는 기간이 길어지거나, 국민적 추도 분위기가 재연되면 야권 지지층이 공고하게 결집할 수 있다. 또 투표 기피층으로 알려진 친(親) 야당 성향의 젊은층을 대거 투표장으로 끌어 모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선거 구도가 헝클어질 수 있다.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1일 “이번 선거를 경제를 살리는 여당과 발목을 잡는 야당의 대결 구도로 만들어간다는 방침이지만, 서거 효과가 커질 경우 이런 구도가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야권 후보가 극적으로 단일화에 성공할지 여부도 여당 입장에서는 초미의 관심사다. 한나라당의 한 서울시장 예비후보 측은 “야권 후보들이 ‘정권 심판’을 내걸고 추도 분위기가 절정에 달하는 5월 23일쯤 단일화를 전격 선언할 수 있다”며 “지지율을 10%포인트 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메가톤급 폭발력을 지닌 사안”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야권은 여당 내부의 서울시장 경선을 우려스런 눈으로 관망하고 있다. 한나라당 경선이 흥행에 성공할 경우 자칫 선거 초점이 여야 대결보다 여당 내부 대결에 더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측도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오세훈 시장과 원·나 의원이 경선에서 치열하게 맞붙게 되면 여론의 관심이 집중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나라당도 흥행 성공을 위해 여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원 의원은 “야권의 정권 심판론에 맞서기 위해서는 여당에서 치열한 경선 드라마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지역별 순회투표, 온라인 생중계 등을 제안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야권은 역대 지방선거가 정권에 대한 중간심판선거였음을 적극 알려나간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공천심사위 간사인 오영식 전 의원은 “지방자치가 8년 가까이 여당 독식 구조로 이뤄져 오는 동안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경선 이벤트로 이런 문제를 덮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병호 강주화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