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리얼 버라이어티엔 “가족이 필요해”
입력 2010-03-01 18:44
‘패떴’ ‘우결’ 등 가족 꾸려 일상적 미션 수행, 공동체 중시 유교 문화… 시청자 공감 쉬워
시트콤, 드라마를 보면 온통 가족 이야기다. 그런데 이제는 리얼 버라이어티에도 가족이 단골 소재로 올랐다. 경쟁과 생존 등 출연자 개인의 역량이 관전 포인트인 미국의 리얼 버라어이티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가족 리얼 버라이어티’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한국의 문화적 특성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SBS ‘패밀리가 떴다 시즌2’(패떴), MBC ‘우리 결혼했어요’(우결), MBC 에브리원 ‘가족이 필요해 시즌4’(가족이) 등은 공동체가 형성되는 과정을 담은 리얼 버라이어티다.
지난달 21일 첫 방송된 SBS ‘패떴 2’는 윤상현 김원희 윤아 등 7명의 연예인이 가족을 꾸려 시골 마을의 일거리를 해결하면서 정을 쌓는 내용이다. MBC ‘우결’은 연예인 남녀 커플이 가상 부부가 돼 신혼집을 차리고, 주변 지인과 관계를 넓히는 가상 결혼 버라이어티다. MBC 에브리원의 ‘가족이’는 아예 5인으로 구성된 핵가족을 설정하고 시작한다. 아빠 박준규, 엄마 강수지, 오빠 마르코 등 연예인 5명이 가족을 꾸렸다.
유독 한국의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가족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 이유는 공동체를 중시하는 유교 문화권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이문원 문화평론가는 “가족,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의 문화는 경쟁과 개인을 강조하는 서양과 다르다. 미국이 냉철한 경쟁체제를 당연히 받아들이는 것처럼, 한국은 따뜻한 가족을 사회의 기본 조직으로 받아들인다. TV를 틀면 시트콤, 드라마도 죄다 가족 얘기다. 예능에서 ‘가족’이 먹히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가족 리얼 버라이어티’는 구성원간의 친밀도를 높이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수행하는 미션도 일상적이다. 이는 시청자의 공감을 얻는 데 주효하다. ‘우결’은 장보기, 집 꾸미기, 친구 초대하기 등의 미션을 내건다. ‘가족이’도 마찬가지다. ‘패떳’의 주요 일과는 식사 준비하기다. 남극탐험(KBS ‘1박2일’), 자동차경주 대회 F1(MBC ‘무한도전’)처럼 도전적인 목표가 아니다. 일상에서 누구나 경험하는 소소한 일이기 때문에 출연자의 행동을 보고 시청자는 자신과 주변의 경험을 떠올리며 공감을 느낀다.
‘가족이’의 이유인 작가는 “아빠하고 딸이 집을 꾸미고, 엄마하고 오빠는 떡을 뽑으러 방앗간에 가는 소소한 일들을 보여준다”면서 “연예인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는 ‘저런 언니가 있는데’ ‘오빠가 저럴 때 때려주고 싶은데’ 하면서 쉽게 공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