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 전문가들이 자원빈국 찾은 이유는

입력 2010-03-01 18:18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신대방동 한국광물자원공사 기술연구소. 우리나라의 지식경제부 격인 볼리비아 광업부에서 일하는 페르난도 아나스(55) 지질·광업과장의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였다. 한 번은 광물자원공사의 곽용완 팀장의 입을, 한 번은 통역자의 입을 번갈아 쳐다보며 수강에 열중했다. 곽 팀장은 여러 광물 가운데 유용 광물을 선별하는 ‘선광’ 방법을 설명 중이었다.

아나스 과장을 비롯한 11명은 지난 22일부터 보름 일정으로 광업기술 연수차 방한, 광물자원공사를 찾았다. 모두 볼리비아 현지에서 20∼30여년간 광업 분야에 몸담고 있는 ‘광산 베테랑’들이다.

각종 광물자원의 ‘보고(寶庫)’로 꼽히는 나라에서 아시아의 자원빈국을 찾은 이유는 뭘까.

곽 팀장은 “탐사기술과 광산개발의 사업성 평가, 선광 부문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기술이 볼리비아를 앞서 있다”며 “볼리비아도 한국의 광업기술에 관심이 많아 기술교류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방문은 ‘기술교류’보다는 ‘자원외교’ 차원에서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게 광물공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볼리비아는 전 세계 리튬의 50%가 묻혀 있는 세계 최대 리튬 매장국이다. 전기배터리 원료로 사용되는 리튬은 향후 전기자동차 상용화 등으로 수요 급증이 예상되고 있는 차세대 핵심광물로 꼽힌다. 일본과 프랑스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이 리튬 확보에 혈안이 돼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4월 볼리비아 정부와 리튬 생산과 관련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김신종 광물공사 사장은 “전기자동차 등이 상용화된다면 리튬 수요가 얼마나 증가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볼리비아에 대해선 장기적 차원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볼리비아 광업전문가들의 방한도 볼리비아의 마음을 붙잡기 위한 여러 전략 가운데 일환인 셈이다. 국내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을 중심으로 정재계 인사들이 리튬광 확보를 위해 활발한 자원외교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