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CEO 리더십-(5) 이명희 신세계 회장] ‘정용진의 신세계’… 고객제일·공격경영 앞으로

입력 2010-03-01 18:19

지금까지 ‘신세계의 정용진’이었다면 앞으로는 ‘정용진의 신세계’다. 이미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정용진(42) 신세계 부사장은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랐다. 신세계는 정 부회장을 정점으로 박건현(54) 백화점 부문 대표이사와 최병렬(61) 이마트 부문 대표이사 등 3인 경영체제를 구축했다. 사실상 ‘경영대권’을 잡은 것이다. 그룹의 양대 축인 백화점과 이마트 부문에 전문경영인을 1명씩 두고 공동 대표이사를 맡게 함으로써 오너경영 체제와 전문경영인 체제의 조화를 꾀했다.

정 부회장은 1995년 12월 신세계 상무로 입사한 지 14년, 2006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3년 만에 대표이사에 올랐다. 2007년 3월 아버지 정재은(71) 명예회장에게서 물려받은 주식에 대한 증여세로 사상 최대 규모인 37만7400주(당시 시가 약 2000억원)를 납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이 경영 최일선에 나서면서 신세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부터 이마트가 주도하고 있는 대형마트 가격할인 경쟁과 고(故)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탄생 100주년에 맞춰 진행한 ‘고객제일’ 광고 등 예전과 달라진 신세계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이마트는 질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파는 할인점업의 본질을 회복하겠다는 취지를 내세우며 공격적으로 할인 정책을 주도해 나갔다. 정 부회장은 지난 24일 JP모건 주최로 열린 ‘한국 CEO 콘퍼런스’에 참석해 “신가격 정책은 자체 마진 축소와 내부비용 구조 개선으로 진행된다”며 “올해 이마트 부문의 매출 이익률 목표를 지난해보다 0.4% 축소한 반면 매출은 6.8%, 영업이익은 4.2% 신장시키는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40대 젊은 오너지만 올해로 80주년을 맞는 신세계의 정통성을 이어가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정 부회장은 연초 신년사를 통해 신세계의 주된 목표로 ‘고객가치 극대화’를 제시했다. 이어 지난달 초 고(故)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을 맞아 호암의 친필 휘호인 ‘고객제일’을 내세운 신문광고를 직접 제안하며 외할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