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칠레 지진 대처가 돋보이는 이유

입력 2010-03-01 17:42

칠레에서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세계는 잔뜩 긴장했다. 지난 1월 아이티 지진의 500∼1000배에 달하는 위력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은 엄청난 참사를 예상했다. 하지만 피해 규모를 보고 세계는 또 한번 놀랐다. 숨진 사람이 현재까지 700여명으로 추정되는 등 아이티에 비해 피해가 수백분의 1에 그쳤기 때문이다.

피해가 적은 것은 우선 진앙지가 멀기 때문이다. 아이티 지진은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15㎞, 지하 13㎞에서 발생한 반면 칠레는 제2도시 콘셉시온에서 115㎞, 해수면에서 34㎞ 지점에서 시작됐다. 단단한 칠레의 지질도 피해를 줄이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먼 곳에서 발생했어도 인구 밀집지에 도달했을 때의 강도는 여전히 아이티의 8배에 달했다고 하니 진앙지 원근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칠레의 대처 능력이 피해를 줄였다고 말한다. 환태평양지진대에 속한 칠레는 진동을 느끼기 어려운 무감(無感)지진을 포함해 연 200만 번의 지진이 일어나고 규모 8 이상 강진도 연 1회 이상 발생하는 지진 다발국이다. 따라서 지진에 대한 대비가 철저하다. 모든 건물은 내진 설계가 의무화돼 있고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학교에서 지진 대응훈련을 받는다. 정부는 지진 발생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시민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약탈 등 일부 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정부상태에 빠졌던 아이티에 비하면 질서가 잘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만에 하나 대한민국에서 아이티나 칠레 같은 강진이 일어나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서울의 경우 일반건물 내진설계 비율이 10%에도 못 미치고,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여전히 지진 불감증에 갇혀 있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칠레 같은 모습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물론 다른 나라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지진 발생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재난이 큰 피해를 가져오는 법이다. 아이티와 칠레의 경우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