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상의 성경과골프(45)

입력 2010-03-01 14:22

블라인드(시각장애인) 골프에서 배우는 원리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히 11:1)

"보이지도 않는데 왜 한대요?" "무슨 재미로 하나요?"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시각장애인들이 골프를 한다니까, 주변 골퍼들이 수시로 묻던 질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블라인드 골퍼를 주제로 한 영화까지 제작되고 있으니 반갑기 짝이 없다.

시각장애인들은 실제로 모든 스포츠에 도전하고 있다. 소리 나는 공으로 축구도 하고, 탁구에서 볼링까지 폭넓게 참가하는데, 그 동안 여러 제약 때문에 골프 도전에 나서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아름다운 동행 산우회'라는 모임에서 만난 시각장애인들로부터 골프를 지도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고 2007년부터 그들에게 지도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시각장애인 인천혜광학교 학생 100여명 전원이 골프에 입문하여 시각장애인 골퍼가 200명이나 되었다.

미국과 세계 시각장애인 골프협회를 통하여 조언과 여러 자료를 얻어 보았지만, 기대치보다는 부족했고, 또 내가 속속들이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 태국이나 필리핀의 한적한 골프 리조트에 갔을 때 직접 블라인드 골프를 체험하여 보았다. 과거에도 몇 홀을 눈 가리고 골프를 해 보았고 연습장에서 눈을 감은 채 샷과 퍼팅 해보았지만 잠깐 동안의 시각장애인 실습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 그래서 全盲(전맹) 시각장애인과 같이 빛이 전혀 들지 않는 안대를 차고, 아내를 캐디로 세워 이틀간 9홀씩 실제로 라운드했다. 잘 아는 쉬운 코스라 보통 1~3 오버를 치는 곳이지만, 블라인드 골프에서는 나의 빛나는 숏게임 능력에도 불구하고 +26, +23의 스코어, 즉 62타, 59타의 기록에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블라인드 골프의 실습을 통하여 배우고 느끼게 된 것이 있어 이 곳에 참고로 소개하려고 한다.

1. 헤드업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평소에는 좀처럼 헤드업을 하지 않는데, 볼을 보겠다는 굳은 의지가 없으니, 몸통이 움직이는 관성에 의해 헤드업이 잦았다. 결국 맹인도 헤드업을 한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고, 헤드업은 오직 굳은 의지로 볼을 보겠다고 해야 방지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2. 스윙의 템포가 무척 빨랐다.

안 보이니 마음이 편치 못한 상태라 여유 있는 스윙은 나오지 않고 템포가 급해졌다. 그래서 마음이 불안할 때에는 의도적으로 스윙 템포를 늦추는 것이 좋다는 것을 느꼈다.

3. 풀스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눈을 가리니 몸의 균형이 흔들려 완벽한 몸통회전을 할 수 없었고, 제일 잘 친 드라이빙이 200야드를 겨우 넘는 정도였다. 이는 평소보다 약 20%가 준 거리이다. 백스윙은 작더라도 팔로스루를 잘 하는 것이 훨씬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4. 임팩트시 볼 컨택이 어려웠다.

임팩트시에 오차 범위가 큰 우드 샷은 포기하고 주로 미들 아이언에 의존하였는데, 평소 150야드를 치는 7번 아이언의 평균 거리는 불과 110 야드 정도였다. 눈을 감으니 일정한 스윙 궤도를 갖추는 것이 매우 소중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5. 퍼팅은 강력하게 때리는 경우가 많았다.

평상시는 백스윙과 팔로스루로 부드럽게 스트로크하는 데, 불안감 때문인지 짧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강하게 때렸던 것이다. 불안하면 퍼팅도 여유 있는 스트로크가 아니라 급히 때리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퍼팅이 전체 스코어에 차지하는 비율이 약 40%인 점은 블라인드 골프에서도 큰 변화가 없었다.

<골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