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애옥] ‘하이브리드 에너지’ 우리 젊은이

입력 2010-02-28 11:30


대학의 새내기를 맞는 입학식에 참석하고 곧장 강원도 평창으로 신입생 수련회를 다녀왔다. 요즘은 대형 체육관 같은 곳을 빌려서 몇 시간 만에 간단히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으로 대신하는 학교들도 있지만 관광버스 35대가 움직인 이번 행사는 날생선 같은 새내기들을 맞이하는 축제 프로그램들로 가득하였다.

행사에 처음 참석한 외국인 교수는 2박3일의 모든 일정을 총학생회 학생들이 기획하고 진행한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고, 자기네 나라 학교에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이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또한 선배들이 원거리를 마다않고 몰려와 새내기 후배들을 환영해주고, 선후배가 끈끈하게 하나가 되기 시작하는 프로그램들을 역동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인상적이라 하였다. 그 외국인 교수는 학생들과의 행사를 마친 교수들이 학과가 다름에도 함께 모여 새벽까지 담소하는 자리에 끝까지 동석하여서는 한국적 교수문화에도 충분히 젖고 “연아를 위하여!” 건배 제의까지 하였다.

학교차원이나 교수들이 주관한 행사가 아니라 어린 학생들이 자신들의 후배를 맞는 오티 행사를 지켜보고 함께하면서 우리 젊은 청년의 가능성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김연아 같은 예술적 자질이 무궁무진한 민족성에 기획력이 결합한다면 그 파워는 엄청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런 가능성을 보았을 때 우리들의 미래는 분명 밝을 것이라는 생각에까지 미친다.

그리고 생각을 더욱 확장해서 우리의 젊은이들이 서양의 젊은이들과 다른 점을 예로 들어본다면, 마음껏 승리의 세리머니를 하다가도 빙판에 태극기를 펼쳐놓고 자신들을 가르친 코치들을 향해 큰절을 올리는 쇼트트랙 팀들의 모습이고, 후배들에게는 하늘 같은 선배로 굴다가도 스승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 귀한 술 한 병을 들고 와 인사하는 졸업생 제자의 모습이라 여겨진다.

아무리 요즘의 젊은이들이 자기중심적이고 기성세대와 많이 다르다 해도 정서적으로 잠복되어 있는 DNA는 그대로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민족성이 글로벌화와 합쳐질 때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지 않을까 하는 나만의 논리를 펼쳐본다. 요즘 젊은이의 디지털적 정서와 아날로그적 우리 민족정서가 하나로 합쳐질 때를 (두개 이상의 기술이나 시스템의 결합이라는 뜻의) ‘하이브리드(hybrid) 에너지’라는 신조어로 풀어본다. 현재의 무한경쟁 체제와 미래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생존 전략상의 키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하이브리드라는 용어에서 신구의 결합, 즉 낡은 정서와 새로운 정서의 폭발적인 그 무엇을 우리 젊은이들이 가진 것만 같다. 그래 ‘하이브리드 에너지 우리 젊은이’라 표현하고 싶다.

밥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스케이트 연습만 하였다는 우리의 연아와 자신의 아들이 다른 선수에 의해 넘어져 그토록 소망하던 메달을 따지 못하였는데도 부딪히게 한 선수의 부상을 걱정하는 우리의 진정한 어머니가 결합하여 만든 대한민국의 에너지, 그것이 정서적 하이브리드 에너지다. 대. 한. 민. 국 !!

김애옥(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