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율고 입시부정, 왜 학생만 문책하나
입력 2010-02-28 20:03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자율고)에 부정 입학한 것으로 확인된 학생 132명의 합격이 취소됐다. 서울시 교육청이 나머지 부정입학 의심학생들에 대해서도 자율고와 중학교가 재심의토록 지시한 만큼 합격취소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해당 학부모들은 ‘합격취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는 등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 같다.
입학 취소된 학생들의 부모들이 격하게 반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번 파문은 학생들에만 책임을 물을 사안이 아니다. 물론 합격자 가운데 이 제도를 악용, 허위로 증빙서류를 만든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율고와 소속 중학교의 말만 믿고 그대로 따랐다가 날벼락을 맞은 경우다.
책임을 묻자면 교과부와 자율고, 중학교에도 함께 물어야 한다. 교과부는 애초에 명확한 전형기준과 지침을 마련하지 않은 채 제도를 성급히 시행한 잘못이 있다. 모호한 조항으로 부정 추천이 가능할 수 있는 빌미를 줘놓고 뒤늦게 부산을 떠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
가장 큰 잘못은 자율고측에 있다. 이들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의 기본 취지를 뻔히 알면서도 미달된 인원을 채우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들을 부추겨 편법 입학시킨 정황이 짙다. 자율고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이 아니어도 학교장 추천서만 있으면 입학할 수 있다”며 학생 유치에 나섰다면 이에 솔깃하지 않을 학부모가 있을까 싶다.
해당 중학교들도 문책을 피하기 어렵다. 이들은 자율고 진학 실적을 높여 학교 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 자율고들의 마케팅식 학생 모집과 학부모들의 부정 추천서 발급 요구에 쉽게 동조했다. 이처럼 교과부, 자율고, 중학교 모두가 연루돼 있는데도 서로가 네 탓 공방만 벌이니 볼썽사납다.
모든 정황을 고려할 때 부정 입학 학생들 중 학부모가 적극적으로 속인 게 아니라면 구제해 주는 것이 옳다. 그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부합된다. 교육당국과 학교들도 연루된 잘못의 책임을 학생들에게만 물어선 안 된다. 뒤늦게 건강보험료 납부기준액으로 적격·부적격을 가리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