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긍정적 에너지 확산 여론… “밴쿠버發 희망·화합 한국사회 변화의 힘으로”
입력 2010-02-28 19:37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젊은 선수들이 보여준 희망과 화합, 배려의 메시지는 우리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달됐다. 이를 발판삼아 우리 사회가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가 달라져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성숙한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패거리 문화, 약자에 대한 배려 부족과 같은 장애물을 철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림픽 최대 성과는 메달 수가 아닌 감동=국민들은 역대 최대 메달 수보다 선수들이 보여준 희망의 메시지에 더욱 감동했다. 회사원 김성수(32)씨는 28일 “올림픽이 국민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일반인들이 느꼈던 절망과 패배감을 선수들의 모습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김현지(28·여)씨는 “동료들의 위로를 받고 실수에 대한 부담감을 극복해 은메달 2개를 딴 성시백 선수, 제대로 된 연습장도 없었지만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한 봅슬레이 선수들을 보면서 감동했다”고 말했다.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어린 선수들을 격려하며 성공적인 경기를 이끈 스피드스케이팅 맏형 이규혁 선수에 대한 국민들의 찬사도 이어졌다. 서울대 윤리교육과 박효종 교수는 “게임을 즐길 줄 알고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을 위로하며 국가대표 선수로서 긍지를 갖는 모습을 보고 국민들이 공감하고 감동했다”고 분석했다.
◇이젠 우리가 배워야 할 차례=전문가들은 젊은 선수들이 보여준 올림픽 정신을 우리 사회에 확산시킬 수 있도록 기성세대들이 한 수 배워야 할 차례라고 입을 모았다.
고려대 사회학과 박길성 교수는 “이번 올림픽에서 ‘88둥이’들이 보인 선전은 경직성 등 기존 세대가 지닌 한계를 타파한 새로운 문화적 흐름에서 비롯됐다”며 “젊은이들의 긍정적인 문화를 기성세대가 배울 수 있도록 세대 간 갈등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발전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도록 세대 간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지적이다.
약자에 대한 배려의 문화도 배워야 할 덕목으로 지적됐다. 성공회대 사회학과 허상수 교수는 “꼴찌를 배려하고 위로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오르기 위한 과제”라며 “국민 의식이 사회적 약자나 소수에 대한 배려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파해야 할 장애물들=패거리 문화가 가장 먼저 깨뜨려 버려야 할 대상으로 지목됐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젊은 선수들의 원동력은 이기심과 갈등을 초월한 통합과 화합의 시너지 효과”라며 “정치권 등 기성세대는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따지는 데만 급급하지 말고 사회 전체의 행복과 기쁨을 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냉철히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패배주의 역시 우리가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정희준 교수는 “동양인에게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졌던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따낸 모태범 이승훈 이상화 선수처럼 노력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과 긍정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운동가 하승창씨는 “이번 올림픽에서는 국민과 선수들 모두 금메달이 아니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없었기 때문에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며 “1등이란 성과보다 과정을 더 중요하게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웅빈 조국현 박유리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