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넘도록 겉도는 ‘법원조사관제’
입력 2010-02-28 19:16
형사재판 판결에 앞서 법원이 피고인의 범죄동기, 성장배경, 심리적 특성 등을 조사해 형량 결정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사관제도(양형조사관제도)가 시행 7개월여가 지나도록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법원은 형사재판의 신뢰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법원의 5∼7급 직원 중에서 조사관을 선발, 지난해 7월 말부터 이 제도를 시범운영하고 있지만 법무부의 반발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법무부는 법원이 전국 7개 법원에 법원조사관 21명을 배치해 피고인들을 상대로 양형조사에 들어가자 이들이 구치소에 수감 중인 피고인과 면담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한 법원조사관은 28일 “조사활동이 충분히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필요한 경우에는 질의서를 구치소로 보내 답변을 받는 방식을 쓰고 있지만 그 활용도는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법무부와 검찰이 이 제도에 반발하고 있는 이유는 재판을 맡는 법원이 사실상 수사도 하게 된다는 것 때문이다. 법무부 소속의 보호관찰관만으로도 충분히 형사재판 판결 전에 피고인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인데, 전문성이 떨어지는 법원 직원을 굳이 조사관으로 임명해 활동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원 측은 보호관찰관은 공소권을 행사하는 검찰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판단근거를 제공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은 법무부와 검찰의 반발로 법원조사관제도가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최근 대안으로 양형조사위원제도를 국회와 법무부에 제시했다. 기존 법원 직원으로만 구성된 법원조사관 외에 변호사와 보호관찰관을 추가로 포함시켜 운영하자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날 별도로 ‘판결 전 조사 성과분석’이라는 자료를 배포하고 법원 주도의 양형조사위원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20년 넘게 운영돼 전문성과 노하우가 축적된 보호관찰관이 피고인에 대한 조사를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고, 법원이 직접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재판의 객관성도 훼손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특히 보호관찰관이 제시한 조사 의견이 실제 법원의 선고 결과와 평균 50∼60% 일치한다고 강조하면서 법원조사관 또는 양형조사위원제도는 보호관찰관의 판결 전 조사와 이름, 조사 대상사건 범위만 다를 뿐 실제 내용은 차이가 없어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프랑스 등 양형조사를 실시하는 대부분 나라에서 보호관찰관이 이 업무를 맡고 있다”며 “보호관찰관 이외에 법원 직원이 담당하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이제훈 양진영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