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軍-政 살얼음판… 7년전 쿠데타 모의 퇴역 장군 구속
입력 2010-02-28 18:51
터키에서 군사 쿠데타 기도 혐의로 전·현직 군 간부에 대한 무더기 검거와 기소가 이어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이슬람정부와 세속주의 군부 간 긴장이 전례 없이 고조되고 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터키 반관영 아나톨리아통신은 26일 전 제1군 사령관인 체틴 도간과 퇴역 중위 엔긴 알란이 이른바 ‘해머작전’으로 불리는 2003년의 쿠데타 모의 혐의로 전격 구금됐다고 보도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2002년 집권한 현 정의개발당(AKP) 정부를 전복하려 했다는 해머작전은 육군 제1군에 의해 주도됐으며 당시 책임자는 도간 장군이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또 이들이 사회혼란을 야기해 정권 인수를 기도했다고 강조했다. 모의 계획에는 이슬람사원 폭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도간 등 전·현직 군 간부 49명은 지난 22일 검거됐다. 터키 경찰은 26일에도 18명의 군 장교 등을 체포했다. 1, 2차 검거로 체포된 전·현직 군 간부는 67명에 달하며 이 중 33명이 구속 기소됐다고 WP가 전했다.
현 정부는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경한 입장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 25일 압둘라 귤 대통령과 일케르 바슈부 총사령관과 함께 긴급 3자회동을 가졌다. 에르도안 총리는 26일 TV 생중계 연설에서 “법 위에 있는 자 아무도 없다. 성역은 없으며 특권을 받을 자도 없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이번 쿠데타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도간 전 사령관은 검찰조사에서 “투쟁은 이제 시작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군부와 정부 간 긴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터키 군부는 1960년 이후 네 차례 쿠데타를 일으킨 뒤 권력을 민정에 이양했다. 1997년엔 헌법재판소에 압력을 행사해 터키의 첫 이슬람정부를 이끈 복지당의 네흐메틴 아르바칸 총리를 사임시켰다. 현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은 복지당의 후신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검거 선풍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슬람 색채 강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세속주의 군부에 대한 길들이기 차원에서 정부가 기획했다는 음모론도 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