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8.8 강진 강타] 단단한 지층·내진 설계덕 피해규모 아이티 1/1000
입력 2010-02-28 18:52
피해 왜 적나
사망자 35만명을 발생시킨 지난달 12일의 아이티 지진 규모는 7.0이다. 이 때문에 27일 새벽(현지시간) 칠레에서 규모 8.8 강진이 발생하자 많은 이들이 엄청난 피해를 예상했다. 실제 칠레 지진은 아이티 지진보다 800∼1000배 큰 위력을 가졌다고 지진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칠레 지진 사망자 수는 수백명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AP통신 등은 27일 “천운과 철저한 준비가 칠레 지진 피해를 줄였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단단한 지반과 지진 발생 위치, 잘 갖춰진 내진 설계, 지진 대비 훈련, ‘신사(紳士) 쓰나미’ 등 5가지를 주요 이유로 꼽았다.
우선 이번 지진은 수도 산티아고에서 325㎞ 떨어진 비교적 인구가 적은 해안이 진앙이었다. 발생지점도 해수면 34km 아래였다. 아이티 지진이 수도 포르토프랭스 중심부에서 불과 15㎞ 떨어진 곳에서, 그것도 지표 바로 10㎞ 아래서 일어났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영국 BBC방송은 강진과 함께 닥친 쓰나미도 예상보다 약한 ‘신사적인 쓰나미’였다고 지적했다. 칠레 강진 발생 직후 칠레 연안 섬에서 하와이 폴리네시아 호주 일본에 이르기까지 태평양 연안 국가에 대대적인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 하지만 피해는 칠레 후안 페르난데스 섬에서 5명의 사망자가 나오는 정도일 뿐 큰 피해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이는 고지대 대피, 도로주행 금지 등 쓰나미에 대한 대비와 잘 갖춰진 경보시스템도 한몫했지만 쓰나미 자체가 예상보다 약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타이티의 경우 쓰나미 파도 높이가 36㎝에 불과했으며 하와이에서도 통상의 폭우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고 BBC는 전했다.
더욱이 잦은 지진으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피해를 더욱 최소화할 수 있었다. 칠레는 지진 자체를 느낄 수 없는 ‘무감(無感)지진’을 포함해 연간 200만번 이상의 지진이 찾아오는 데다 규모 8 이상의 강진도 자주 발생한다. 그 탓에 국가 전체가 지진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칠레국립긴급기구(오네미)가 재난시 소방체계, 의료시스템, 민간 재난훈련 등 일사분란하게 진두지휘를 한다.
또 엄격한 건축 법규와 어느 곳보다 많은 지진 전문가도 지진 피해 예방과 재난 대비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칠레의 경우 건물이 지진에 저항하는 게 아니라 흔들리도록 설계돼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