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지위 5∼10년 후 흔들릴 수도”
입력 2010-02-28 21:30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지위가 앞으로 5∼10년 후에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아시아 역내 무역결제에 위안화와 엔화, 원화 등 역내 통화 이용을 늘리고 이종통화시장을 육성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국제국 국제연구팀 조석방 과장과 김동우 조사역은 28일 ‘중장기 국제통화질서 변화 전망’ 보고서에서 “달러화 중심의 국제통화질서가 미국의 초강대국 지위와 미국 금융시장의 풍부한 유동성, 경쟁통화의 발전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점 등에 비춰 앞으로도 상당기간인 5∼10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조 과장은 “20∼30년 후 현 국제통화질서가 완만하고 단계적으로 복수통화체제로 바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복수통화체제로의 이행은 영국 화폐 제도였던 스털링화 붕괴시기 등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국제 무역과 금융 등 국제 경제 질서 전반의 광범위한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미국, 유로, 중국 간에 기축통화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세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커다란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질서가 10년 정도는 지속되겠지만 이후 10년의 과도기를 거쳐 20∼30년 후에는 복수통화체제로 이행할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요지”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외환보유액 규모가 크고 기축통화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동아시아 지역에 속해 있는 만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과장은 “무역 및 자본거래의 높은 달러 의존도와 미국과의 정치·군사적 동맹관계 등을 고려할 때 국제통화질서 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대내적으로는 앞으로 기축통화체제의 변화 가능성에 대비해 중장기적으로 아시아 역내 무역결제 때 위안화와 엔화, 원화 등 역내 통화의 이용을 확대하는 등 아시아 통화·금융협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