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싹쓸이에 분리시상…역차별·형평성 싸고 공방
입력 2010-02-28 21:30
정부 주최 고교생 경제한마당 시험, 논란 이는데…
“특목고와 일반고 간 차이가 없는 과목인 경제 분야 대회에서 외고를 다닌다는 이유로 상을 받지 못하다니….”(외고생 A군)
“족보 등 자료를 제공받을 수 없는 환경에 있는 우리에겐 분리시상만이 평등한 기회를 보장해준 것입니다.”(일반고생 B군)
지난 10일 제7회 전국 고고생 경제한마당 대회 수상자가 발표된 직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클릭 경제교육’ 홈페이지에는 150여개 글이 올라오면서 특목고-일반고 간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대회를 주최한 기획재정부와 KDI가 올해부터 장려상 부문에 학교 간 균형을 맞춰 ‘분리시상’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이 대회는 2004년부터 해마다 한 차례씩 개최돼 왔다. 전국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경시대회이다 보니 대입전형 때 도움이 된다는 입소문이 난 데다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정부가 주최하는 시험이라 권위도 높아 참가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지난 1월 16일에 치른 대회에서는 지금껏 대회 중 가장 많은 인원인 7704명이 응시했다.
하지만 대회 규모가 커지면서 문제점도 노출됐다. 매번 외고나 국제고, 민족사관고 학생들이 대상과 금상 등 상위권에 대부분 랭크되고, 전체 비율로도 상 절반을 싹쓸이한 것. 실제 과거 수상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들 학교의 비율은 2004∼2007년 40∼50%를 유지하다가 2008년과 2009년엔 60%를 훌쩍 넘어섰다. 최고득점자 1명에게 주어지는 대상도 2004년 첫 대회를 제외하고 모두 외고와 민사고 출신에게 돌아갔다. 여기에 자립형사립고까지를 포함시키면 특목고생들의 수상 비율은 더욱 높아진다.
이처럼 쏠림 현상이 벌어지자 주최 측이 고민 끝에 대책을 내놨다. 경제적 사고와 논리 배양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대회 취지를 살리기 위해 올해부터 장려상을 학교 계열별 응시비율에 맞춰 수여키로 했다. 이번 대회의 경우 일반고와 특목고(외고, 자립형 사립고, 과학고, 국제고)가 7대 3 정도의 비율로 참가했고, 이에 따라 수상 비율도 나눈 것이다.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올해 수상자도 과거 100여명대에서 328명으로 크게 늘렸다.
그러나 수상자 명단에 들지 못한 외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공개된 등수로 따지면 총 328명의 장려상 대상자에 포함돼야 하는데 올해부터 실시된 학교 간 안배 기준 때문에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시험 공지 때 미리 기준 변경을 설명했지만 주최 측은 곤혹스런 표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예견한 논란이었다. 하지만 대회 취지에 맞게 많은 학생들이 경제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분리시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고교생 상대로 시험을 주최하는 타 부처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법무부 등이 공동주최하는 전국 고교생 생활법 경시대회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치러진 대회에서 3차례 대상을 외고가 거머쥐었고, 전체 수상자 40여명 가운데 50∼55%가 특목고생이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매번 학교나 지역 안배를 고려하지만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게 뻔해 검토 수준에서 끝냈다”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