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기자의 밴쿠버 엽서] 김연아 선수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입력 2010-02-28 18:01

어제(27일·한국시간) 김연아 아버지 김현석(53)씨를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만났습니다. 따로 인터뷰를 한 건 아니고, 경기장 내에서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김씨는 이날 오랜만에 가족 동반 외출을 했습니다. 김연아 그리고 부인 박미희(51)씨와 함께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습니다.

전날 딸이 올림픽 금메달을 땄는데도 김씨는 차분했습니다. 김연아가 극도의 긴장감을 이기고 올림픽 무대에서 평화롭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게 아빠 성격을 물려받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김씨는 먼저 말을 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딸이 대단한 일을 했다는 자랑도 하지 않았습니다. 물으면 답하고, 아니면 가만있는 그런 스타일이었습니다. 겸손한 분이셨습니다.

김씨는 “오늘도 연아와 함께 있지 못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김연아는 한국 선수단 방침에 따라 이날 밴쿠버 선수촌에 입촌했습니다. 어제 금메달로 더 유명세를 타게 된 김연아 안전에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 봐 한국 선수단이 내린 결정입니다.

김씨는 김연아가 2일 한국으로 잠깐 귀국하는 것에 대해 “당연히 그래야지요. 국민들께서 얼마나 응원해주셨는데요”라고 했습니다. 원래 김연아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끝나면 훈련 장소인 토론토로 돌아갈 예정이었습니다. 다음달 말로 예정된 세계선수권대회(이탈리아 토리노) 출전을 위해 다시 연습할 계획이었습니다. 김연아는 캐나다 국내선 비행기표까지 예매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김씨는 딸이 1위 성적 하나를 추가하는 것보다는 ‘도리’를 지키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듯했습니다. 김연아는 2일 한국 선수단 깃발을 들고 인천공항에 입국해 환영 행사 등을 마친 뒤 3일 토론토로 이동합니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입니다. 김씨는 지난 23일 이곳 밴쿠버로 혼자 왔습니다. 김씨를 만난 뒤 ‘김연아 가족은 언제나 평정심을 유지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떨리는 올림픽 무대에서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게 연기했다는 김연아도 그 가풍(家風)을 따른 것 같습니다.

밴쿠버=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