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는 피겨계 변화의 중심에 선 슈퍼파워”… AP통신 등 외신들 연일 찬사

입력 2010-02-28 21:22

김연아(20·고려대)가 세계 명사 반열에 오를 분위기다. 외신들은 김연아의 밴쿠버 동계올림픽 완벽 연기에 이틀 연속 찬사를 보냈다. 예전보다 더 바빠진 김연아는 여유만만한 모습으로 지금의 상황을 즐기고 있다.

AP통신은 28일(한국시간) “쇼트프로그램, 프리스케이팅 그리고 총점에서 모두 세계기록을 세운 김연아의 연기는 앞으로 수년 동안 주목받을 것”이라며 “세계 피겨계는 앞으로 러시아 중심 유럽세가 퇴조하고 아시아와 북미가 변화의 중심이 될 텐데 그 슈퍼파워는 김연아”라고 보도했다. 김연아가 지금까지 대부분 근소한 점수차로 메달 색깔이 결정됐던 역대 동계올림픽 여자피겨의 역사를 확 바꿨다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김연아 연기를 생방송으로 지켜본 뒤 뉴욕에 사는 딸(첼시)과 한참 동안 전화로 얘기하느라 잠까지 설쳤다는 보도가 나왔다.

금메달을 딴 뒤 김연아는 밴쿠버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날은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벌어진 갈라쇼에 참가해 관중들에게 금메달 인사를 했다.

김연아의 갈라쇼 시작 전 전광판에는 이틀 전 김연아가 프리스케이팅을 끝낸 뒤 우는 장면, 키스 앤 크라이존에서 세계신기록(228.56점)을 세운 뒤 환호하는 모습 그리고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장면이 연속해서 나왔다.

곧이어 장내 아나운서가 “그녀가 여기에 왔습니다. 유나 킴(Yuna Kim)∼”이라고 소개하자 연한 회색빛 드레스를 입은 김연아가 등장했다. 김연아는 바이올린 선율이 담긴 ‘타이스의 명상곡’에 몸을 맡겼다.

김연아는 첫 트리플 러츠 점프에서 3회전이 아니라 1회전만 돌았지만 갈라쇼는 선수와 관중이 함께 즐기는 무대라 분위기는 갈수록 달아올랐다.

김연아는 더블 악셀, 카멜 스핀, 업 라이트 스핀과 긴 이너바우어 그리고 스텝 연기로 관중들의 환호를 이끌며 3분간의 연기를 끝냈다. 김연아는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오늘 연기는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하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연아는 갈라쇼 이후에는 밴쿠버 시내 팬 퍼시픽 호텔에서 열린 ‘한국 선수단의 밤’ 행사에 참석해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 이정수 등 다른 금메달리스트들과 반갑게 인사했다.

김연아가 4년 뒤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여자피겨 2연패에 도전할지, 아니면 현역 선수 생활을 접고 아이스쇼를 다니는 프로의 길로 나설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김연아는 “지금은 일단 3월 말 세계선수권대회(이탈리아 밀라노)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향후 진로는 그 뒤에 생각해 보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김연아는 앞으로 3∼4년만 더 선수 생활을 한다면 세계 피겨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타가 될 것”이라는 피겨 전문가 테드 바튼(캐나다)의 말을 전했다. 김연아의 진로는 우리뿐 아니라 세계의 관심 사항이 되고 있다.

밴쿠버=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