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미션-‘물’] 지구촌 인구 75%가 갈증… 세계는 지금 물 전쟁중
입력 2010-02-28 17:54
지난 24일 지식경제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국제표준’(ISO 26000) 인권란에 ‘물 등 필수자원의 접근제한 금지’를 포함시켰다. 누구나 먹는 물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식경제부의 이 같은 조치는 장애인, 여성 등과 함께 일찌감치 물을 인권으로 규정한 유엔 등 국제 사회의 흐름을 따른 것이다.
물은 지구 표면의 약 70%를 차지할 만큼 흔한 자원이다. 하지만 물의 97.2%가 바닷물, 나머지 2.15%는 남·북극의 얼음, 만년설 등이다. 인간이 식수나 생활용수로 활용할 수 있는 담수는 전체 물의 0.65%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리적, 정치적으로 편중돼 있는 게 문제다. 현재 아프리카 11개국과 중동의 9개국 등 전 세계 26개국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물 부족은 물 오염과 관련된다. 한 해 수백만 명이 물 오염으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과거엔 세계 문명을 꽃피웠던 물이 지금은 환경 오염과 소비 증가, 기상 이변으로 극심한 부족 현상이 빚어지면서 물 분쟁을 넘어 전 세계의 ‘물 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미래회의는 “2025년이면 물값이 원유 가격보다 비싸져 지금부터 10년 내에 물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2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물은 건강과 안전, 경제 성장과 인권, 국가 안위를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됐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의 식품 장관은 지난 4일 “인도가 물 공급 방해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인도와의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갠지스 강물 사용권을 둘러싼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은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00년 케냐에서는 주민들과 원숭이들 간 싸움으로 원숭이 3마리가 죽고 10명의 주민이 부상하는 웃지 못 할 사건이 발생했다. 부족한 물을 놓고 벌인 인간과 동물의 이 처절한 싸움은 물 부족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밖에 키르기스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프랑스-벨기에-네덜란드도 물 공급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물 분쟁은 세계 인구의 40%가 인접국의 물에 의존하기 때문에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최근엔 인접국의 물 공급과 상관없이 다국적 기업에 의한 물 사재기가 새로운 국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물을 기반으로 한 이들 회사는 해마다 브라질의 엄청난 땅을 사들이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전 세계 식·생활용수의 26%를 차지하는 아마존강의 신선한 물을 차지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아마존 강물을 몰래 갖다 파는 문제도 일부 언론과 환경단체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가장 먼저 이 문제를 부각시킨 저널리스트 폰 에릭 파르판은 “이들은 수백만ℓ의 아마존 강물을 유럽과 중동 지역에 갖다 팔고 있다”며 “대부분 다국적 기업과 연관돼 있다”고 폭로했다.
세계교회협의회(WCC)를 비롯한 에큐메니컬 단체들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기구가 아프리카 국가에 개발을 제안하며 물의 사유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인류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이 같은 물 분쟁은 아직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단지 환경 전문가들은 물 사용 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전 세계 물 소비의 약 70%는 농업에 쓰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60년대부터 본격 시작된 식량 생산 프로젝트인 ‘녹색 혁명’의 결과다. 반면 산업용수는 20%, 가정에서 쓰는 물은 제일 적은 부분을 차지한다.
환경 단체들의 연구에 따르면 1㎏의 쇠고기를 생산하기까지는 1만6000ℓ의 물이 들어간다. 날마다 마시는 한 잔의 커피가 생산되기까지는 140ℓ의 물이 필요하다. 신문지 1t엔 150t, 승용차 1대엔 380t, 햄버거 1개엔 2400ℓ의 물이 각각 들어간다.
WCC가 주도하는 에큐메니컬 물 네트워크는 “우선적으로 정부가 이 같은 물 소비 행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각종 경제나 환경 정책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개인뿐만 아니라 각 기업들도 각자 무엇을 사고 어떻게 소비할지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사람에게 하루 동안 필요한 물의 양은 80ℓ라고 한다. 하지만 전 세계 인구의 75%가 하루 50ℓ의 물로 생존하고 있는 게 지금 지구촌의 현실이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