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관절의 진화… 손가락 기능 회복도 OK
입력 2010-02-28 17:46
인공 관절이 진화하고 있다. 보통 무릎이나 고관절(엉덩이 관절)에 많이 사용돼 왔던 인공 관절이 손가락이나 발목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모양은 물론 기능까지 진짜 같은 손가락 인공관절=손을 움직일 때는 손에 있는 27개의 뼈와 뼈의 각 마디마다 존재하는 관절이 함께 움직이게 된다. 손의 관절들은 평생 2만5000번 이상 구부려졌다 펴지는데, 키보드나 피아노를 자주 다루는 경우 이런 움직임은 훨씬 많아지게 마련.
최근에는 휴대전화, PMP, 게임기, 스마트폰 등 휴대용 전자기기가 발달함에 따라 현대인들의 손가락은 매일 혹사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가락에 반복적인 힘이 계속 가해지면 내부의 힘줄, 근육에 염증과 통증이 생기고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 관절염이 유발된다. 손가락 관절 마디의 연골이 다 닳아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아도 통증이 생기고 손마디가 부어 굵어지거나 손가락을 쫙 펴기조차 힘들어지게 되는 것. 이처럼 손가락에 퇴행성 관절염이 진행돼 통증이 심하고 관절이 굳어 잘 움직이지 못하거나 류머티즘성 관절염으로 손가락 관절이 많이 변형된 경우, 그리고 외상·사고로 손가락 관절에 골절이 생겼을 때 ‘인공 관절 수술’의 적용 대상이 된다.
이런 경우 과거에는 어긋난 손가락 부위를 절개해 바로 붙이는 ‘유합술’이 주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이 방법은 관절 기능의 개선 없이 모양만 바로잡아 주기 때문에 손가락을 자유롭게 구부리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후 실리콘 재질의 일체형 인공관절이 나왔지만, 손가락 모양이나 운동 능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생활 속 불편은 여전했다.
최근에는 새로운 ‘파이로카본’ 재질의 3세대 손가락 인공관절이 등장해 관절 모양은 물론 기능까지 정상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게 됐다. 파이로카본 재질은 인체 뼈와 성질 및 탄성이 아주 비슷해 자연스런 손가락 모양이 만들어지고 주먹을 쥘 수 있을 정도로 구부려진다. 기존 실리콘 인공관절은 늘어나는 성질 때문에 손 뒤틈림 현상이 자주 발생했는데 이런 현상도 없다. 추후 검진이나 관리면에서도 편리하다. 실리콘 인공관절은 X선 영상에서 형상이 나타나지 않아 문제가 생겼는지 확인해야 할 때 손가락을 다시 절개해야 하지만 3세대 인공관절은 X선 영상으로 나타나 절개 없이도 문제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단, 손가락 3마디 부분 가운데 손톱 바로 아래 관절은 시술이 불가능하다.
2008년 국내에 처음 도입돼 대학병원과 관절 전문병원을 중심으로 40여건 정도 시술된 것으로 보고돼 있다. 힘찬병원 특수클리닉 박승준 소장은 “관절 변형이 심하거나 아직 많은 활동을 해야 하는 젊은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수술 후 3, 6개월, 1년 단위로 정기 검진을 통해 관절 유연성 검사 및 재활 운동을 꾸준히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가락 관절 힘을 무리하게 사용하는 일은 피하고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것도 가능한 피해야 수명이 오래갈 수 있다.
◇삐끗하는 발목, 인공관절로 기능 살려=무릎과 달리 발목은 퇴행성관절염보다는 운동, 사고 등으로 인한 외상성관절염으로 수술하는 경우가 많다. 발목을 자주 삐면 연골 손상을 부추겨 관절염의 진행을 촉진한다. 발목 관절염은 약물 및 물리 치료, 관절 내시경 시술 등을 받았음에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때 인공 관절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요즘엔 발목 앞쪽을 연 뒤 손상된 관절 조직을 모두 제거하고 인공 관절을 삽입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수술 후 2∼3주면 정상 활동이 가능하다. 본래 발목이 갖고 있는 해부학적 구조를 재현해 움직임도 훨씬 자유로워졌
인천 나누리병원 정형외과 황필성 과장은 “발목 삠은 대개 저절로 회복이 잘 이루어지지만 발목 안 연골이 손상되면 시간이 지나도 회복이 거의 힘들다”면서 “발목을 2∼3번 이상 삐었을 때는 인대 상태와 연골 손상에 대해 정밀 검사를 받고 관절염으로 인한 발목 모양의 변형이 나타나기 전에 적절히 치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