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미션-‘물’] 미얀마 라오스 태국 접경 골든 트라이앵글… 목숨 건 ‘물 세례’

입력 2010-02-28 17:53


미얀마 라오스 태국의 접경인 골든트라이앵글. 인근 라오스 지역의 강가를 따라 4명이 숨을 죽이고 이동한다. 인적이 드물고 위험한 이곳에서 무장도 하지 않았다. 앞사람이 주위를 계속 두리번거린다. 이렇게 경계하며 걷기를 서너 시간. 인기척이 느껴지면 잠시 멈춰 몸을 숨겨야 했다.

앞사람이 뒤따르는 한국인에게 현지어로 속삭인다. “선교사님, 여기가 좋을 것 같아요. 길에서도 멀고, 사람 흔적도 없습니다.”

이들은 물가의 한 기슭에 자리를 잡는다. 한국인은 현지인의 머리에 손을 얹고, 나머지 두 명은 팔을 잡는다. 한국인의 인도에 따라 앞에 선 현지인은 서서히 물로 들어갔다 나온다. 이어 잠시 함께 기도한다. 이들의 눈에서는 눈물이 샘솟는다. 그동안 교회 다닌다는 이유로 “귀신들렸다” “미쳤다”는 말을 가족들에게 들었다. 이로 인한 서러움이 복받쳐 나는 눈물이 아니었다. 예수님과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이나 역경도 걱정 없다는 감격 때문이었다.

한국인 선교사 우측에 선 사람은 그 와중에도 사방을 둘러보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번 침례식은 다섯 번 연기 끝에 이뤄졌다. 정부에 발각되면 선교사는 추방된다. 현지인들도 극히 위험해지기 때문에 계획을 계속 미뤘다.

약식 세례도 가능했겠지만 이들은 물속에 완전히 잠겼다가 나오는 침례를 원했다. 이들에게 침례는 자아의 완전한 사망, 하나님에 대한 완전한 헌신을 실제 의미한다고 라오스에서 6년째 사역 중인 이상기(가명) 목사가 설명했다. “이는 문화적 차이이기도 하지만 이곳의 신앙생활은 목숨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세례, 특히 물에 완전히 잠기는 침례는 세계 선교 현장에서 의미가 더해진다. 핍박이 강한 나라일수록 침례로 인한 성령의 역사와 감동은 더 크다.

이 때문에 교회는 다닐 수 있지만 침례는 절대 안 된다는 가족들의 반대도 많다. 인도의 벵갈로 지역에서 있었던 일이다. ‘안남마’라는 한 여인은 남편 몰래 오랫동안 교회를 다녔다. 그러다 결국 들키고 말았다. 아내의 사정으로 교회 출석을 허락한 남편. 하지만 침례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침례를 받으면 죽인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나 결국 이들 부부가 한꺼번에 침례를 받는 역사가 일어났다고 정운삼 선교사는 최근 간증했다. 정 선교사는 인도에서 16년 동안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남편의 오토바이가 차와 부딪치는 큰 사고가 났어요. 우리가 간절히 기도했고 기적적으로 나았죠. 하나님이 살아계신 것을 경험했는데 믿지 않을 수 있나요.”

정 선교사는 “국민 80% 이상이 힌두교를 믿는 인도에서 하나님을 선택한다는 것은 자기들의 모든 삶을 완전히 포기하고 새 인생을 산다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세례 받는 것도 굉장히 신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잘못된 우상숭배로 떼죽음을 당한 부족이 예수를 믿고 처음으로 진행된 침례식은 그 자체가 감동이다. 필리핀의 아이따 부족은 1991년 6월 폭발한 피나투보 화산의 산기슭에 살았다. 자연을 숭배하던 이들은 당시 화산이 폭발하자 산신에게 예배를 드렸다. 그러다 부족 절반이 화산재에 매몰됐다.

권영한 선교사 등은 이후 남은 부족에게 복음을 전했고 1993년 딸락 지역의 물가에서 100여명에게 침례를 베풀었다. 권 선교사는 “하나님은 분명 믿음을 통해 역사하신다”면서 “물세례, 침례의 의미를 믿고 받아들이면 삶에서 반드시 변화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